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 대명사나 ‘거시기’ 등의 표현으로 뭉뚱그려 담아 보지만, 남이 내 속을 다 알아줄 리 없다. 말을 할수록 더 답답해진다. 그림도 그렇다. 3차원에 존재하는 대상을 2차원의 평면에 옮긴다는 것부터가 무모한 도전이었고 심리와 감정을 그린 추상화는 긴 시간 감상을 요구한다. ‘근대회화의 아버지’ 폴 세잔은 아무리 정교한 묘사도 어차피 현실과 일치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자연을 원기둥·구·원뿔로 해석해 표현하기도 했다. 젊은 화가 전현선의 그림에 등장하는 원뿔·각뿔·육각형 같은 ‘뜬금없는’ 기하학적 존재는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하더라도 다 담지 못하고 결국 제대로 표현할 수도 없는 ‘미지의 어떤 존재’를 좇는다. 작가는 “사물·감정 등 주어진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붓질을 통해 현재 상태를 기록하지만 미지의 세계가 존재한다”며 “현재 상황은 모호한 것을 소통하게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답답함을 부여안고 계속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 녹색과 갈색이 주를 이루는 중간색조의 그림은 원초적 자연과 신화적 공간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림 속 뿔이 무엇인지 정답은 감상자 각자의 것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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