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최대 위기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 때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회사의 핵심축인 스마트폰 분야의 최대 위기상황을 빨리 수습하고 정상화하는 능력을 보여줄지에 국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 등 수뇌부의 결단으로 지난 11일 단종조치를 신속히 취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그동안 소위 ‘혁신의 덫’과 ‘속도지상주의’에 갇혀 품질이라는 기본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하지만 명확한 비전 제시와 품질·기업문화 혁신, 소비자의 신뢰 회복에 나선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12일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현재 해외에 체류 중이며 삼성전자 북미법인 등에서 전략회의에 참석하고 보고를 받는 등 업무를 처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9월2일의 1차 전면리콜과 11일 단종조치 과정에서 최고경영진에 과감한 결단을 주문하는 등 갤노트7 파문 수습과정에서 주요한 결정을 해왔다.
삼성전자는 앞서 애플의 아이폰7보다 판매시기를 한 달가량 앞당기기 위해 다소 무리하게 8월19일부터 판매에 돌입했으나 한달 새 국내외에서 갤노트7의 잇따른 발화사태가 터지자 제품 출시 발표 54일 만에 단종조치를 취했다. 홍채인식·방수방진 등 혁신적 기능을 내세우며 호평을 받았으나 결국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탈이 난 것이다. 이에 따라 단종조치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한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들의 분위기는 침통 그 자체였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은 “비통하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갤노트7 단종에 따른 매출 감소와 주가 하락 등을 부각시키면서도 결국 브랜드 가치 훼손을 얼마나 막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스마트폰 위기가 회사 전체에 지속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갤럭시노트7의 전원코드를 빼버렸다”며 “그가 지금처럼 위태로운 상황에서 리더십 테스트를 받는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일단 삼성전자는 이날 갤노트7 파문의 부실을 완전히 털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3·4분기 잠정 영업이익을 7일 밝힌 7조8,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2조6,000억원이나 줄여 발표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삼성이 일단 품질이나 이미지·신뢰도 측면에서는 타격이 있지만 폭스바겐이나 옥시와 다르게 도덕성이나 정직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왔다”며 “원인을 빨리 밝혀 명확하게 소비자들에게 설명하고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 야심 차게 내놓았던 첫 윈도 스마트폰 ‘옴니아’ 브랜드가 애플 아이폰에 밀리자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안드로이드로 바꾸면서 브랜드 자체를 없애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한 비결도 이 같은 과감한 결단이 바탕이 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단종 쇼크가 워낙 커 그동안 쌓인 소비자의 불신을 없애고 제품 안전성을 확고하게 담보하려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갤노트7의 발화 원인을 놓고 조만간 발표되는 한국과 미국·중국 규제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다시 한번 브랜드 가치 훼손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하드웨어 명가’인 삼성전자의 명성이 폭발·발화로 훼손된 만큼 갤노트를 대체할 새로운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 삼성은 2010년 스마트폰 브랜드 ‘옴니아’를 단종시키고 갤럭시 시리즈를 선보인 바 있다. 물론 “옴니아는 글로벌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갤노트는 세계적인 브랜드인데 교체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지적도 있지만 교체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갤럭시’라는 브랜드를 바꾸는 것은 교체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섣부르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차원에서 ‘노트’ 아닌 명칭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삼성은 내년 3월로 예정된 갤럭시S8 조기등판설과 관련해 이번 갤노트7의 조급함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신중을 기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더욱이 접는 스마트폰 등 애플과 중국 화웨이 등에 맞서 혁신도 지속해야 한다.
이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단종사건은 삼성전자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 문제로 과거 도요타 사례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며 “철저한 품질관리를 위해 최고경영자(CEO)가 직속으로 관리하는 변화를 통해 브랜드 저하를 막는 것이 중요하고 품질에 대한 자만심과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주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위기 직후 기업의 쇠락 원인은 내부적 요인이 월등하게 높다”며 “위기극복 과정에서 도전적인 기업문화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고경영진의 빠른 판단과 여론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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