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을 결정하고 3·4분기 매출·영업이익 잠정치를 각각 2조원, 2조6,000억원씩 낮추면서 부품 계열사와 협력업체들이 충격파에 떨고 있다. 갤노트7 효과를 빌려 연말 실적개선을 노리던 삼성의 전자 계열사는 당장 4·4분기에만도 수백억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우려된다. 줄잡아 500여곳에 이르는 삼성전자 협력업체들도 갤노트7 부품 생산 중단에 자금난을 걱정하는 처지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최대 3조원가량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부품계열사와 협력사까지 합산하면 피해액은 4조~5조원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삼성SDI·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의 전자계열사들은 갤노트7 단종에 맞춰 관련부품 공급을 중단했다. 이들 기업은 4·4분기 실적에 미칠 전망을 예의주시하며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부품계열사는 통상 신제품 출시를 1~2개월 앞두고 부품생산에 돌입한다”며 “당장은 갤노트7 단종과 함께 안게 될 부품 재고를 털어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업계는 이번 분기에 삼성전기 360억원, 삼성SDI 130억원(손실), 삼성디스플레이가 9,0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하지만 4·4분기 실적 견인차 역할을 해줄 갤노트7의 단종으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올 상반기 기준 삼성디스플레이의 삼성전자 매출 의존도는 54%, 삼성전기는 59.1%, 삼성SDI는 30% 이상으로 추정될 정도로 계열사들의 매출에서 삼성전자의 그림자가 크다.
갤노트7에 카메라모듈과 통신모듈, 적층형세라믹콘덴서(MLCC)를 공급하는 삼성전기의 경우 이번 분기 적자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이미 삼성전자에 대한 배터리 공급을 멈춘 삼성SDI는 중국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하락하며 적자폭을 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그나마 삼성디스플레이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전반적 가격 상승세와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기업에 대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 증가로 갤노트7의 충격파를 어느 정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 초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한 실적부진에서 최근 벗어난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기운이 빠진 모양새다.
협력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삼성전자가 갤노트7용 부품의 주문을 중단하면서 협력사들은 납품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확보한 설비와 원자재를 쓰지도 못하고 놀리게 됐다. 특히 갤노트7에 처음 적용된 홍채인식 기능에 관련한 부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삼성전자 외에 납품할 곳도 마땅치 않다. 일부 협력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우려해야 할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갤노트7 조립을 위해 미리 발주한 부품에 대해서는 삼성전자가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며 “손실을 협력사들에 전가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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