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머티즘 관절염은 관절 부위의 연골과 뼈가 파괴되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전 인구의 1% 안팎에서 발생한다.
염증은 손·발가락, 손목 관절을 지지하고 양분을 공급하며 관절액(활액)을 만들어 윤활유·완충 역할을 하는 활막에서 시작된다. 염증 반응이 지속되면 활막세포가 암세포처럼 과도하게 증식해 활막 조직이 연골과 뼈를 파고들어 관절 조직의 파괴와 기능 장애를 초래한다. 염증 부위는 점차 팔꿈치·어깨·발목·무릎 관절 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
환자의 40~50% 정도에서는 빈혈, 건조증후군, 말초신경의 염증 등 관절 외 증상도 나타난다. 눈·침샘의 기능 저하로 인한 결막염·구강건조증, 팔꿈치·발목 아킬레스 힘줄이 있는 피부 쪽에 멍울이 생기는 피하결절, 말초신경 염증으로 손가락이 저린 증상이 그 예다. 드물지만 늑막에 염증이 생겨 흉통이 오거나 숨이 찰 수도 있다.
◇심하게 앓으면 합병증으로 수명 5년 단축=류머티즘 관절염은 염증성 관절염 중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다. 어느 연령에서도 발병할 수 있지만 35~50세 사이에 흔하게 나타나며 남녀 비율은 1대3 정도로 여성에서 더 많다. 질병 발생 10년 정도 지나면 환자의 50%가 일상생활에 장애를 갖게 된다. 통증·피로감·우울 증상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심하게 앓을 경우 심혈관계 합병증 등 때문에 수명도 5년가량 단축된다.
송영욱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거의 모든 환자에게서 1~2년 안에 손가락 변형, 기능 저하 등 관절 손상이 온다”며 “증상이 생기고 6주 정도면 확실한 진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진단과 동시에 치료에 들어가야 연골 등의 파괴 진행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 교수는 또 “류머티즘 관절염 자체의 염증이 동맥경화를 촉진해 심근경색·협심증·뇌졸중 등을 앞당기고 당뇨병·고혈압·비만·골다공증으로 이어지기 쉽다”며 “심뇌혈관·만성질환 예방을 위해서도 관절염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면역계통 이상 등으로 발생=류머티즘 관절염의 발병 원인은 확실하지 않다. 다만 환자의 유전적 소인, 세균·바이러스 감염 등이 면역세포·림프구·백혈구 등 면역계통에 이상을 초래해 자신의 신체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라는 게 정설이다. 앞서 국내 연구진이 환자의 활막세포 유전자를 분석해 공격성·파괴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2개의 유전자를 찾아내기도 했다. 두 유전자를 제거한 결과 공격성·파괴성은 현저히 줄어 새로운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의 새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치료제 개발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성의 경우 폐경 초기에 발병률이 높아져 호르몬의 영향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우리 몸에서 류머티즘 인자를 만드는 림프구를 증가시킨다는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퇴행성 관절염과 부위·증상 달라=류머티즘 관절염을 조기에 진단·치료하기 위해서는 65세 이상 노인의 66%(척추), 38%(무릎관절)가 앓는 퇴행성 관절염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두 질환은 증상이나 부위에 차이가 있다. 손가락의 경우 류머티즘 관절염은 주로 가운데 마디에, 퇴행성 관절염은 끝 마디에 온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초기에는 손가락 가운데 마디가 아픈 것으로 시작하는데 환자의 70% 이상에서 미열이 나거나, 입맛이 떨어지거나, 피로감·전신쇠약감을 느끼는 등 전신 증상이 따라온다. 퇴행성 관절염은 그런 것이 없다.
퇴행성 관절염은 손·발가락 관절이 붓고 아프며 자고 일어났을 때 뻣뻣해져 움직이는 데 장애가 발생하는 조조(早朝)경직 증상이 상대적으로 가볍다. 손가락을 몇 번 쥐었다 폈다 하면 보통 5~10분 안에 풀어진다. 반면 류머티즘 관절염은 대개 1시간 이상 지속되고 퇴행성에 비해 증상도 심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문 손잡이를 열 때, 병 덮개를 열 때, 옷을 입으면서 단추를 끼울 때 뻣뻣하거나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검사를 하면 염증지수(ESR·CRP 등)가 올라가지만 퇴행성 관절염은 그렇지 않다.
◇약물치료로 증상 완화 가능=류머티즘 관절염은 약물 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완치할 수 있는 약물은 아직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암세포처럼 공격적으로 변한 활막세포를 제거하는 치료법이 현재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상이나 염증을 치료할 수 있는 약물들은 많이 발전됐다. 염증·붓기를 억제하는 비스테로이드 진통소염제와 스테로이드 부신호르몬제, 질병 경과를 조절하는 항류머티즘 약제, 염증을 일으키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제거·억제하는 생물학적 제제가 사용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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