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형 금융그룹인 인허(갤럭시)증권이 한국 자본시장에 상륙한다. 한국지점을 보유한 아시아 8위 증권사 CIMB 홍콩법인의 지분인수를 통한 우회진출이다. 올해 사업개시를 목표로 본인가 절차를 밟고 있는 자오상증권에 이어 두 번째 중국 본토 증권사의 한국 자본시장 진입 시도다. 인허증권과 자오상증권의 한국 상륙은 ‘차이나머니’ 공세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말레이시아 CIMB는 중국 인허증권과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기업분석(리서치)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인허증권은 CIMB 홍콩법인의 유상증자 등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분 50%를 취득할 예정이다. CIMB 홍콩법인은 서울지점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인허증권이 자연스럽게 한국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인허증권은 50대50의 조인트벤처로 시작해 추후 CIMB 홍콩법인의 보유지분을 높여갈 것으로 전해졌다.
CIMB 역시 인허증권과의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중국 본토 자본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을 가졌다. CIMB와 인허증권은 올해 안에 거래금액과 구조 등 세부사항을 확정해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거래에 정통한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주식 위탁매매와 기업분석 분야에 강점을 가진 인허증권이 한국에서 사업을 키우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CIMB 서울지점은 지난 7월 IB사업부 인력을 전원 퇴사시키면서 몸집을 줄이고 주식 위탁매매와 기업분석 업무만 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인허증권은 2007년 설립됐으며 2013년 홍콩거래소에 상장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98억3,600만 위안(약 1조6,5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자기자본은 95억3,700만위안(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인허증권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은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 증권사는 중국 본토 22개 성과 4개 직할시, 5개 자치구 등에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췄지만 홍콩이나 대만을 비롯한 해외 지점·법인은 두고 있지 않다.
인허증권은 그동안 현지 증권사와의 제휴로 해외시장 진출을 타진했으나 이 같은 방식에 한계를 느끼면서 직접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인허증권의 사업확대 전략은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기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CIMB의 이해관계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을 주요 사업기반으로 하는 CIMB의 지난해 순이익은 28억5,000만링깃(약 7,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38% 감소했다. 2014년에 이어 2년 연속 하락 추세다. CIMB는 2013년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빠르게 활동무대를 넓히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내실 있는 경영에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중국 자본시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본토 증권사와의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도 절실히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인허증권은 조만간 시행되는 선강퉁(홍콩·선전 교차매매)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허증권과 자오상증권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린다면 중국 본토의 대형 다른 증권사들도 연이어 진출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차이나머니’의 공세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중국 1위 증권사인 시틱증권과 하이퉁증권 등이 한국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이미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중국 안방보험이 지난해 동양생명 인수로 시장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벌이고 있고 ING생명의 유력 인수후보로도 중국계 자본이 꼽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바클레이스·RBS 등 일부 영미계 금융사가 떠나는 자리를 중국계 자본이 채우는 분위기”라며 “이들이 더 활발한 인수합병(M&A) 거래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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