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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든 제철이든 이제는 더 이상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 사진 앞에 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그룹을 맨손으로 아버지, 고(故) 아산(峨山) 정주영 명예회장을 떠올리며 이처럼 말했다. 사진이 전시된 벽면에는 "한계에 도전해 결국 성취해내는 아산의 창조적 도전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현대(現代)'가 있으며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고 적혀있었다.
24일 서울 한남동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는 아산의 생애와 업적을 되새기고 창조적 도전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정·관계 주요 인사는 물론 주한 외교사절과 학계·언론계·법조계 인사 등 500여명이 자리를 빛냈다. 아산 탄신 100주년을 맞아 한국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정 명예회장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평소 "나는 생명이 있는 한 실패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 있고 건강한 한, 시련은 있을지언정 실패는 없다"고 말해온 '불굴의 개척자' 아산은 1915년 11월 25일 강원도 통천군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현대'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아산 정신을 되새기는 이번 행사에는 아산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위원장인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현대건설 사장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이 참석해 그를 회상했다. 특히 재계에서는 가족 대표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가 총출동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GS그룹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도 참석했다. 현대중공업그룹·현대백화점그룹·현대그룹·KCC그룹·한라그룹 등 범현대가도 참여해 정 명예회장을 추모했다.
이종환 서울경제신문 부회장 등 언론계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해 정 명예회장의 업적을 기렸다.
기념식은 정홍원 위원장의 기념사와 이 전 대통령의 축사, 기념 영상 상영,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의 회고사, 정몽구 회장의 가족 대표 인사말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정 위원장은 기념사를 통해 "6·25 전쟁 이후 황무지나 다름없던 한국에 중후장대형 기업으로 사업을 펼쳤고 가장 먼저 해외시장을 개척한 한국 경제의 선구자였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도전 정신과 의지는 큰 좌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축사에서 "정 명예회장이야말로 '대한민국 1세대 벤처기업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불꽃 튀는 창의력과 끝없는 모험적 도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취해 내는 개척정신은 오늘날 디지털 시대, 벤처시대에도 통하는 진리"라고 추억했다.
정 명예회장을 추억하는 기념 영상에서는 사진·영상·육성·어록·내레이션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아산의 삶이 후대에 던지는 의미와 메시지를 무게감 있게 표현했다. 박 명예교수는 30여년 전 정주영 명예회장과 함께 참여했던 '해변 시인학교' 시절을 회고하며 "손수레를 앞장서서 끌고 가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나가던 솔직하고 꾸밈없는 진실한 인간됨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은 가족 대표 인사말을 통해 "아버님은 불모의 땅에서 자동차·건설·중공업 등 국가 기간산업을 일궈내며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초석을 놓으셨다"며 "선친의 뜻과 가르침을 받아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 주역으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산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 위원회는 '아산 100년, 불굴의 개척자 정주영'이라는 주제로 지난 18일부터 기념 음악회·사진전·학술 심포지엄 등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아산의 정신과 경제·사회적 업적을 재조명했다. 범현대가는 이날 기념식을 마지막으로 합동 행사를 마무리하고 기업별로 별도의 추모식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에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대사 등 외교 사절이 다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학계에서는 성낙인 서울대 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정갑영 연세대 총장, 이영무 한양대 총장 등이 참석해 정 명예회장의 유지를 되새겼다. /강도원·박재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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