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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신생기업의 질투심





신생기업은 대기업처럼 이익을 쫓고, 대기업은 신생기업처럼 민첩해지려 하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포춘 500대 기업 임원들이 실리콘밸리를 견학하는 건 흔한 일이 되었다. 기업가 정신 고양 활동과 성인 여름 캠프 다음으로, 마운틴 뷰 Mountain View나 멘로 파크 Menlo Park를 둘러보는 것이 고위 경영진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

어떤 어색한 일이 벌어질지는 짐작이 가능하다. 빳빳한 머리모양을 한 고위급 간부들이 골프 여행을 떠나거나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먹는 대신, 후드 티를 입고 드론을 날리거나 힙스터 타코를 먹는다. 그들은 그로스 해킹 growth hacking (*역주: 스타트업들의 창의성과 분석적인 사고, 소셜 망을 이용해 제품을 팔고 노출시키는 마케팅 기법) 에 대한 아이디어들로 무장한 채 파리스파니 Parsippany나 피오리아 Peoria에 있는 본사로 돌아온다. 곧이어 개인 집무실을 부수고 확 트인 사무 공간을 만들지도 모른다. 아마 ‘사내 기업가 정신’ (*역주: 직원들이 기업 내에서 마치 자신의 회사를 운영하는 것처럼 일할 수 있는 업무환경) 경쟁 환경을 만들지도 모른다. 또 미래파 직원이나 고임금의 ‘밀레니얼 세대 컨설턴트’를 고용할 수도 있다.

스타트업 기업들은 이 같은 현상을 ‘혁신 극장(innovation theater)’이라고 부른다.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서비스 산업이나 운송, 금융 같은 오래된 산업계의 경영자들이 ‘몇몇 젊은 앱 개발자들이 업계 판도를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는 힐튼 월드와이드보다 장부상 더 높은 가치를 얻기까지 7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우버도 6년 만에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를 추월했다. 포춘 500대 기업들이 혁신과 ‘기존 체계 붕괴’에 대해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 어정쩡한 상황에 놓여있다. 신생기업들을 인정하지 않거나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시대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혁신 극장’ 트렌드를 좇는다면 필자와 같은 칼럼니스트들의 조롱과 비난을 받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왜 실리콘밸리 방식을 무조건 좋다고 인식하고 있는지는 그 자체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테라노스 Theranos와 제네피트 Zenefits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허락이 아닌 용서를 구한다’는 신생기업의 오랜 철학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 전략이 아님에 분명하다. 스타트업 용어인 ‘속도전(Hustling)’ 은 귀여운 인터넷 볼거리들을 만드는 10인 정도 규모의 기업들에게나 통하는 것이다. 사람의 건강이나 안전과 관련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전략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신생기업들 사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트렌드는 바로 ‘기업 극장(corporate theater)’이다.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가 둔화하자, 스타트업들은 지출을 줄이고 있다. 신생기업들은 미국 의회나 K스트리트 (*역주: 백악관 근처 거리 이름으로 미국 로비스트 및 그 집단을 상징하는 용어) 에 진출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츠 CB Insights의 CEO 아난드 산왈 Anand Sanwal은 “이전의 신생기업들은 수상쩍고 나쁜 행동으로 살아남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점점 더 격식을 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몇몇 신생기업들은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사업에 임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최고 규제 책임자(chief regulatory officer)’ 같은 직책까지 만들었다. 이는 물론 ‘최고 영감 전문가’나 ‘최고 분위기 전문가’(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 기업 히로쿠Heroku에는 두 직책이 모두 있다) 같은 직책보다는 훨씬 재미가 없다. 하지만 가장 재미없는 일은 바로 회사를 접는 일이다.

따라서 이익을 올리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의 현 추세는 그들을 모방하려는 포춘 500대 기업들에겐 희소식이다. 돈을 버는 건 그들의 전문 분야이기 때문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Erin Griff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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