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라이더들에게 최고의 계절이 서서히 지나가고 있습니다. 다들 안운하고 계시죠?
정작 저는 “가을 라이딩이 최고”라고 주절대기만 하다 거의 서울을 떠나질 못했네요. 지난 2년간 탔던 울프 클래식을 두고도 기변병이 도져 새로운 바이크를 사네마네 하면서 흐지부지 시간만 보냈습니다.
그렇게 어영부영하다 한 달만에 돌아온 두유바이크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곳은 교동도입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다소 멀게 느껴지는 곳이었지만, 2014년 7월 교동대교가 개통되면서 접근성이 높아졌습니다. 게다가 이 동네, 상당히 볼 것도 많습니다.
제가 교동도에 다녀온 게 벌써 한 달이 지났네요. 9월 초니까 아직 꽤 더웠을 때입니다. 두유바이크 29회에서 소개했던 혼다의 NC750X를 타고 다녀왔더랬죠. (NC750X 시승기 클릭)
강화도를 지나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의 교량이라는 교동대교에 진입합니다.
교동도에 들어가려는 외부인은 모두 잠시 검문을 거쳐야 하는데요. 신분증을 제시하고 출입증을 적어 건네면 됩니다. 북한과 워낙 가까운 곳이다보니 민간인 출입통제가 이뤄집니다.
교동도의 핫플레이스는 바로 대룡시장입니다. 신문, TV 등 각종 매체에도 적잖이 소개가 된 곳이죠. 이 곳이 유명한 이유는 1960년대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죠.
우선 적당히 바이크를 세워두고 교동도 안내소를 찾아갑니다. 한 선생님(?)께서 안내 지도를 건네시면서 덤으로 어디에 볼거리가 많은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십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씩 저희 같은 외부인들이 방문할 텐데, 전혀 피곤하거나 지루한 기색이 없이 여유가 넘치십니다.
설명을 듣고 대룡시장 곳곳을 둘러봅니다. 교동대교 개통 전에는 교동도 주민 3,000여명의 사랑방이었겠지만, 지금은 관광객들로 꽤 북적입니다. 정말 레트로하고 깜찍한 가게들이 많아 저도 좋다고 사진을 찍었더랬죠.
학교 과제를 수행하러 온 듯한 중고등학생, 대학생들도 눈에 띄더군요. 학생들이 이 곳 토박이 주민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주민 분들도 어지간히 익숙하신 듯 술술 답변하십니다.
이 곳에서 점심을 해결한 후 갓 만든 설탕 꽈배기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더군요. 강추합니다. 그리고 저는 못 가보긴 했지만, 매주 토·일 화개산 주차장(대룡시장에서 가깝습니다)에선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주말 장터가 열린다네요. 교동도에서 주민들이 직접 키운 농산물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룡시장에서 남쪽에 위치한 포구, 남산포에서는 건새우나 새우젓, 꽃게 같은 해산물도 판매한다고…모터사이클로 장보러 가긴 좀 어렵겠지만요.
한적했던 동네가 이렇게 북적이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외부인이 드나드는 걸 싫어하는 주민들도 계실테고 급하게 관광지로 개발돼버려서 특유의 풍경이 사라져버리면 어쩌나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주민들 얼굴을 보면 아직 푸근하고 여유가 넘치시더군요. 덕분에 저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대룡시장을 구경하고 안내소에서 말씀해주신대로 ‘인사리 경로당’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교동도는 북한 연안군, 배천군과 불과 3km 떨어진 섬입니다. 북한과 최대한 가까운 인사리 윗쪽에선 철조망 너머로 북한을 바라보며 달릴 수 있는 도로가 있죠. 6.25때 북한에 남겨두고 온 가족이 있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이런 길을 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 풍경을 영상으로도 남겨뒀습니다. 이리저리 구경하면서 달리느라 다소 산만합니다만;;전 이런 길을 천천히 달리면서 구경할 때가 제일 좋더군요. 모터사이클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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