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빠르게 진화 vs. 인간 몸은 느리게 변화... 몸에 큰 부담... 스마트폰 등장 이전과 이후, 엑스레이 사진 달라져
요즈음, 사람들 옆에 가까이 그리고 오래 붙어 있는 존재가 스마트폰이 아닌가 한다. 생활의 편리함을 주는 전자제품의 역할에서 생활 필수품, 심지어 동반자 반열까지 올랐다.
지난 21일 애플이 뒤늦게 한국 시장에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를 출시하자, 아이폰 구매자들이 길다랗게 줄을 서고 이동통신시장이 들썩인 것만 봐도 그렇다.
최고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을 발화사건으로 단종한 후 고객들이 갤노트7을 갤럭시S7이나 노트5 등 삼성전자 제품으로 교환하면 내년에 갤럭시S8 또는 갤노트8으로 한번 더 바꿔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소식도 들려온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팀 쿡 애플 CEO는 “스마트폰은 이제 9살”이라며 “인공지능(AI) 등 아직 진화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진화하면서, 스마트폰이 얼마나 더 깊고 넓게 인간 삶을 파고들지 한편으론 기대가 된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걱정이 앞선다.
걱정스러운 이유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어날 수록, 이로 인한 부작용들이 이미 우리 몸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자세를 살펴보자. 스마트 폰을 들고 등을 구부리고, 어깨를 안으로 말면서 폰을 쥔 상태에서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어깨는 안으로 말리고 등허리가 구부러지면서 온갖 통증이 밀려드는 것이 보인다. 인간의 몸은 기계처럼 부품을 바꿔가면서 빠르게 진화할 수 없다.
20년 넘게 척추 엑스레이 사진을 봐 왔지만 요즘처럼 깜짝 놀랄 때가 없었다. 9년전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의 목 사진과 지금의 엑스레이 사진은 다르다.
엑스레이 뿐만 아니라, 자세도 많이 달라졌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그냥 눈으로 봐도 알 수 있는 ‘둥근 어깨 증후군’, 일명 안으로 말린 어깨, 라운드 숄더다.
안으로 말린 둥근 어깨는 팔로 가는 신경과 혈관이 눌려서 손과 팔을 저리게 할 수 있다. 또한, 만성적인 어깨 결림과 근육 뭉침의 원인이 된다.
스마트폰 하다가 말린 어깨가 신경을 누르면서 팔 저림 유발... 목 디스크로 오해
목, 어깨가 자주 뻐근하게 뭉치다가 팔까지 저려 병원을 찾는 환자는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목 디스크가 아니냐”는 말부터 한다.
팔저림 증상이 심해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었는데 “디스크는 심하지 않다”는 말을 들어도 안심을 못 한다. 계속 저리기 때문에 답답하기만 하다. “물리치료와 스트레칭, 적당히 운동하면 된다”는 말에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는 손저림의 원인이 왜 발생했는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손이 저린 느낌은 신경이 눌려 발생한다. 신경은 전기가 흐르는 전선과 비슷해서 어디든 눌리면 흐름이 끊어진다. 팔로 가는 신경은 목에서 나와 쇄골과 근육들 사이를 지나면서 팔의 운동과 감각을 담당한다. 목 부분이든, 쇄골 밑 부분이든 어디든 신경이 눌리면 팔이 저리다는 느낌이 든다.
목 디스크가 아니어도 팔과 손이 저리는 이유다.
‘둥근 어깨’의 경우, 목과 가슴 앞 쪽에서 신경, 혈관이 눌릴 수 있어, 팔과 손이 저린다. 팔에 피가 안 통하는 것처럼 저리고 쑤셔 주무르게 되고 누우면 팔저림이 심해져 저절로 ‘만세’를 부르면서 자게 된다. 유방암을 의심할 정도로 가슴통증이 생기거나 협심증이라고 할 만큼 가슴이 뻐근하고 결릴 수 있다. 드물게는 혈관까지 눌려 손과 팔이 차고 약해지기도 한다.
신경이 눌리기 쉬운 부위는 쇄골 뒤쪽에 있는 사각근이라는 근육 부위와 어깨를 안으로 말리게 하는 가슴 근육 부위이다. 저린 쪽으로 머리를 돌린 후 턱을 쇄골 쪽으로 끌어당겨 저린 증상이 심해지거나, 만세를 부른 자세에서 손을 ‘잼잼’하는 동작을 했을 때, 손이 저려 오면 의심할 수 있다.
가슴 근육, 목 주변 근육 스트레칭으로 통증 완화... 스마트폰은 눈높이로 들고 등을 펴는 바른 자세 중요
증상 완화를 위해서는 자세를 고치고, 가슴 근육과 목 주위 근육의 스트레칭과 운동을 하는 것이다. 손을 위로 올리는 운동이나 잠잘 때 만세를 부르는 것은 피하고 무거운 가방을 매는 것도 좋지 않다.
스트레칭은 통증이 있는 반대편으로 머리를 기울고 머리를 조금씩 회전시키면서 목의 앞쪽과 옆쪽 근육이 늘어나게 하면 된다. 무리하지 말고 통증이 심해지면 바로 중지한다. 손가락으로 목 옆쪽 근육 가운데 통증이 심한 곳을 가볍게 마사지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스마트 사용 자세도 바꾸어 보자. 가능한 눈 높이로 스마트 폰을 들고, 등을 편 상태에서, 손을 바꾸어가면서 사용해보자. 진화하는 스마트 폰의 이용에도, 진화하는 사용법이 필요할 때다.
/나효진 재활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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