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는 게 흔하지는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휴가철이나 명절 때 북적 되는 공항을 보면 보편화가 된 교통수단으로 보아도 별 무리가 없다. 자주 타는 비행기는 아니지만 탈 때마다 ‘길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창공을 가로질러 멀리 있는 목적지에 어떻게 잘 도착하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과학기술의 발달로 자동항법장치를 통해 좌표만 입력하면 알아서 간다고 하니 신기하게만 느껴질 따름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자동항법장치가 있다면 조종사는 아무런 일도 안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조종사의 일은 있다. 자동항법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비행기가 정해진 경로를 잘 유지하는 지 관찰하고 난기류 등 외부환경의 영향으로 방향이 틀어지면 조금씩 조정을 해주어야 하는데 그 역할이 바로 조종사의 몫이다. 결국 비행기는 아무런 방해 없이 순탄하게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크고 작은 문제에 부딪히지만 지속적인 조종사의 재조정을 통해 바다 건너 머나먼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노후자산관리도 비슷한 점이 많다. 일단 장시간 비행하는 것처럼 인생전반에 걸쳐 오래 실행해야 한다는 점이 그렇고, 목표를 설정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조정해야 한다는 점이 그러하다.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상당히 막연하다는 점도 비슷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도착지를 좌표로 간단 명료하게 목표설정을 하듯 노후자산관리도 보다 명쾌하고 간단하게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점도 공통점이 될 수 있다. 보통 금융기관의 노후설계 프로그램을 이용하다 보면 물가상승률이다 투자수익률이다 해서 여러 가정을 하고 복잡한 재무적인 계산방법을 통해 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목표설정이라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꼭 복잡하게 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비행기가 정해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조종이 계속 필요한 것처럼 먼 훗날의 노후자산관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리와 조정을 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 노후설계를 어떻게 쉽게 해볼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포털’을 이용하는 것이다. 작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통합연금포털’은 국민연금은 물론, 다니고 있는 회사가 가입해준 퇴직연금 및 금융사별로 가입한 개인연금까지 모든 연금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목표하는 노후생활비와 노후생활기간을 입력하면 현재 가입하고 있는 연금을 기준으로 노후준비가 충분한 지 아니면 부족한 지도 알 수 있다. 몇 가지 고려사항이 더 있기는 하지만 노후준비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하는 수단으로는 충분하다. 보통 노후설계 이야기를 꺼내면 복잡하고 어렵다는 생각에 걱정부터 앞서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는 노후준비가 정말 어려운 문제이라서가 아니라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문제는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 만으로도 상당부분 두려움을 떨칠 수 있다. 따라서 노후설계는 쉬운 방법으로 자주해보고 조금씩 조정해나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노후설계는 단지 거들어주는 도구일 뿐 행복한 100세시대를 위해서는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더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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