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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공기업 지정...정부가 직접관리] 산은, 정권 바뀔때마다 '개혁 1순위'

청사진 없어 혈세만 쓰고 결국 제자리

MB정부 '정책금융'분리

박근혜정부때 다시 통합

비용 2,182억 이상 날려

'기타공공기관' 해지도

논란끝 2년 만에 재지정





산업은행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실험장이자 놀이터가 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꾸려지면 산은 등 국책은행의 조직개편은 항상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산은은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데다 산은 개혁에 대한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내년 말 대선 이후 인수위에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신중하지 못한 개혁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 시절 당시의 화두는 산업화 시대 이후 계속 비대해진 정책금융기관에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었다. 기존의 정책금융 논의가 기능중복 등의 미세 조정에 그쳤다면 이때는 분위기가 달랐다. 산은 민영화라는 큰 틀을 제기했고 정책금융 부문을 떼어내 정책금융공사(모회사)-산은지주(자회사)-산은(손자회사) 체제로 만드는 등 기존 산은의 틀을 흔들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결국 모든 게 다시 원위치로 돌아갔다. 이명박 정부 시절 분리됐던 정책금융공사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인 2015년 다시 산은과 통합됐다. 금융위에 따르면 산은과 정금공의 분리·재통합을 위한 비용만 ‘2,182억원+α’에 달했다. 앞을 바라보지 못한 어설픈 개혁에 수천억원의 돈만 공중으로 날린 격이다. 정책금융공사의 2009년 10월 분리, 2015년 1월 통합이라는 웃지 못할 산은 조직개편이 실패한 표면적인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다. 당초 계획은 정책금융 기능을 떼 낸 산은의 정부지분을 팔아 20조원의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중소기업 지원 등에 활용하는 것이었다. 인수위는 당시 정금공 분리의 이유를 “산은 민영화로 민간자금을 끌어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산은 정부 지분 매각의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았다.



이렇게 겉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당시 산은 개혁이 실패했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사진 없는 정부의 조직 개편 탓에 산은 개혁이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당시 정책의 초점이 메가뱅크 탄생과 산은 민영화 등 성과에만 매몰됐을 뿐 산은의 경쟁력 제고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책금융공사 분리를 위한 산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시점은 2009년 4월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미 시작돼 한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요동칠 때였다.

산은은 또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신분에서 벗어난 적도 있었다. 2012년 1월 이명박 정부의 기업공개를 통한 민영화 방침에 따라 기타공공기관에서 해제됐던 것이다. 민영화는 명분이었고 당시 정권 실세였던 강만수 산업은행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공공기관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인사권과 예산편성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그 기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4년 1월 산은은 2년 만에 다시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됐다.

산은의 조직 분리, 통합과 공공기관 해지 및 재지정 등은 정책금융 개편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또 로드맵 없는 개혁은 혈세로 수업료만 치른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 기관 관계자는 “산은의 공기업 전환 계획 역시 역대 정권에서 겪었던 산은 개혁 실패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 있다”면서 “정책금융 개혁을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하면 오히려 더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함을 이미 수차례 경험했고 이번에도 이를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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