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권인 관악, 구로, 금천, 강서 등에는 중·소 봉제회사들이 많이 모여 있다. 봉제회사들은 보통 20~30년이란 오랜 기간 동안 가업처럼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예전처럼 종사자가 많지 않지만 지금 근무하는 봉제 기술인들의 실력과 솜씨는 이탈리아·프랑스·영국 등 해외 장인들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봉제산업이 침체기를 걷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패션을 떠받치는 고부가 기술산업으로 대접 받고 있다. 파리·밀라노·뉴욕·도쿄 등에서 열리는 화려한 패션쇼에 등장하는 모든 의류는 봉제산업을 기반으로 디자인·재단·생산·유통 등 과정을 거쳐 세계에 공급된다.
한국인은 솜씨로 산다는 말이 있다. 얼마 전만 해도 한집 건너 재봉틀이 있었고 뜨개질로 웃을 만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런 저변이 봉제산업의 발전을 이끌어 한때는 의류·봉제가 대한민국 수출에서 수위를 다투곤 했다.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은 봉제와 의류산업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전략과 지원책을 중·단기에 걸쳐 수립·시행하고 있다. 우선 신진 제작자·디자이너의 발굴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에 노력했다. 2016년 ‘미남미녀’ 프로젝트를 통한 신진 제작자를 선발하고 창업지원에 나서는 한편 ‘신진 디자이너 스타트 업’ 공모전을 통해 선발한 ‘톱10’ 신세대 디자이너의 작품을 ‘2016 G밸리 사이드페어 및 어패럴 수주박람회’에 참가 시켜 기량을 꽃피게 했다.
시는 봉제산업 활성화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선 ‘서울팩토리(SEOUL FACTORY)라는 ‘브랜드 개발 지원 프로젝트’를 출범 시켰다. 중견 봉제공장 중에서 제조능력과 장인정신을 갖춘 ▲’미성‘ ▲’하성‘ ▲’제이이‘ ▲’창미‘ 등 4곳을 선정하고 여기에 신세대 젊은 디자이너가 동참해 자체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런칭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서울시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의 봉제 생태계를 더욱 발전시킨다는 복안이다.
박경묵 서울의류협회 자문위원장은 “서울 서·남부 지역의 봉제업체들에게는 전통과 뛰어난 기술이 있는데 봉제산업을 사양사업으로 여기는 게 안타까웠다. 이런 전통과 기술이 사장되는 것을 막고 봉제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협회를 만들게 됐다”며 “이번에 수주박람회에 참석한 해외 바이어들도 ‘서울팩토리’의 바느질 마감을 보고 세계적이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팩토리’에 참여한 ‘창미’의 윤창섭 대표는 “우리나라에선 봉제산업을 사양사업에 3D업종이라고 평가하지만 나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며 “기술력과 잠재력이 높은데도 대기업 등이 싼 인력을 찾아 의류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해 일거리가 줄어드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성’의 2세대 경영인 김광수 대표는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업체들도 과거에 사장될 위험에 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와 시의 정책적 지원으로 지금의 명품브랜드가 됐다”며 “우리도 높은 봉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부와 시의 적절한 지원이 선행된다면 ‘봉제산업의 부흥’도 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성’의 권명옥 대표는 “우리 자식세대에게 봉제산업이 대물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번 ‘브랜드개발지원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고, ‘제이이’의 박종철 대표는 “서울시가 지원하는 이번 브랜드개발 지원 프로젝트가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지원정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통의 봉제공장들과 서울의 패션을 이끄는 신세대 디자이너들이 협업한 4개의 콜라보레이션 브랜드를 ‘2016 G밸리 사이드페어 및 어패럴 수주박람회’에 출품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서 “봉제산업은 의류·패션 등 고부가 산업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시는 봉제산업 발전을 위한 기술개발·유통망 구축 분야 등을 향후 다각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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