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서울 공화국’이라고도 한다. 국가 대부분의 기능이 수도 서울에 집중돼 지방은 소외돼 있다. 이에 지방분권,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사회적 의제가 제시됐다. 그 대책으로 중앙이 가진 권력과 기능을 지방으로 이전시켰다. 세종시는 그렇게 탄생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럼에도 이 도시는 본질적으로 ‘탈권위’, ‘균형’이라는 새 시대의 가치를 내포한다.
2016년 한국건축대상 사회공공부문 본상을 수상한 ‘세종특별자치시 청사’ 역시 이 같은 이념이 중점적으로 반영돼 설계됐다. 시민들에게 열려있는 새로운 공공청사, 주변과의 어우러짐의 가치, 과거-현재-미래의 시간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등이 이 건축물의 주요 테마다.
설계를 담당한 희림건축사사무소 정영균 대표는 “세종시청사 프로젝트는 세종시가 가진 도시행정 지역의 정체성을 고려해 설계했다”면서 “예술성과 창의성을 갖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문화·생태환경·복지 등에 있어 모범적인 청사 건립을 목표로 설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종시청사는 건물의 외관부터 파격적이다. 1~2층으로 되어 있는 하층부와 4~6층의 상층부가 어긋나는 듯 조화되어있는 이 구조는 마치 한 마리의 새가 비상하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건물 외관의 대부분이 유리창으로 마감돼 있어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는 아울러 인근 자연의 풍경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여 시청사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안락한 경치를 제공하는 효과도 가진다.
청사 본관으로 향하는 공간 곳곳에서도 시민들을 생각한 흔적이 역력하다. 가령 본관을 향하는 진입로에는 논의 모양을 본뜬 작은 공원이 있는데 이를 통해 시청사로 진입하면 자연 속 산책로를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 대표는 “기존의 권위적이며 폐쇄적인 관공서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시민에게 열려있는 놀이터와 같은 시청사를 계획해 설계한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세종시청사는 공공청사의 전형적인 공간에서 탈피해 시민에 열린 공간으로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평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한국 건축의 전통적인 요소를 접목하는 데도 큰 노력이 기울여졌다. 상층부에 돌출된 유리 벽면은 겹겹이 쌓인 전통 기와지붕을 형상화해 만들었다. 하층부의 반듯하게 구획 지어져 있는 유리 벽면 모습 역시 한국 돌담이 연상되는 구조로 설계해 현대적인 한국성을 드러내도록 의도했다. 정 대표는 “미래가치를 담은 건축물에 전통적 요소를 접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친환경적인 요소가 접목된 점도 호평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시청사는 외부 유리창을 고효율 삼중유리로 설치하고, 최상의 단열재를 이용해 친환경 설계인 패시브(Passive) 디자인을 적용했다. 건축에서 패시브 시스템이란 건물 안의 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설계해 과도하게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하는 구조를 말한다. 이에 따라 세종시청사는 녹색건축물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으며 에너지효율 1등급으로 인정받았다. /특별취재팀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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