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 아니카 이(Anicka Yi·45)가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세계 양대 미술상으로 꼽히는 ‘휴고 보스 프라이즈’를 수상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아니카 이는 상과 함께 미화 10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휴고 보스 프라이즈는 혁신적이고 영향력 있는 예술가를 후원하기 위해 1996년 제정된 격년제 예술상으로, 영국의 ‘터너상’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권위를 갖는 미술상 중 하나다. 한국인 작가로 이불과 구정아가 후보에 오른 적 있으나 최종 수상의 영예를 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구겐하임미술관의 수석 디렉터와 미술비평가·큐레이터 등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6~7명의 후보를 선정해 발표한 후 검토를 거쳐 최종 수상자를 낙점한다. 이씨에게는 부상으로 내년 4월 구겐하임미술관에서의 개인전 개최 기회도 주어졌다. 구겐하임에서 개인전을 연 한국 미술가는 백남준, 이우환에 이어 3번째가 된다.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아니카 이는 박테리아를 활용해 썩기 쉬운 작품 혹은 냄새 나는 설치물 등 화학과 생물학을 접목한 실험적 작업을 선보이는 개념미술가다. 지난 9월 개막한 광주비엔날레에 물 비린내를 풍기는 설치작품 ‘우리는 물, 치우지 마시오, 30일 뒤에 귀가’ 등을 선보였고, 이어 지난 9일 일본에서 개막한 대규모 국제예술제인 ‘오카야마 아트서밋’에도 작품을 선보이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아니카 이와 더불어 후보에 오른 작가는 쿠바 출신의 행위예술가 타니아 브루게라, 영국의 미디어아티스트 마크 렉키, 미국의 안무가 랄프 레먼, 미국 화가 로라 오웬스, 이집트 출신의 개념미술가 왈 쇼우키 등이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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