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개헌론을 제기하면서 “5년 단임 대통령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지속 가능한 국정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다”고 말했다. 5년마다 정부가 바뀌면서 매번 국정과제를 새롭게 수립하고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위해 단기실적주의(쇼터미즘)에 빠지는 악순환을 지적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 그랬고 현 정부의 ‘창조경제’ 역시 비슷한 운명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전임 정부의 정책은 잘 살려서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완해 이어가야 정책의 연속성이 생기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보금자리주택·녹색성장 등은 현 정부 들어 모두 평가절하되며 사실상 폐기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일 4년 중임제가 실현된다면 일관성 있는 정책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조개혁이나 저출산·고령화 해소 등 중장기 과제에 대해 정부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보는 이들도 대체로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 중임제를 시행하면 단기 대응에 급급하기보다는 긴 시각으로 안정적인 경제정책을 유지하면서 거시경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구조개혁처럼 이해관계자들의 설득이 필요하고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작업은 사실 5년 단임제에서는 마무리하기 어려운 과제”라며 “개헌론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임기가 5년으로 제한돼 있으면 공무원 입장에서는 3~4년 시간이 걸려 효과가 나타나는 정책은 하고 싶어도 못한다”며 “과거 개헌 논의에 반대한 것은 독재를 막기 위한 것 아니었는가. 시대가 바뀌었다. 반드시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개헌론이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여소야대 국회에서 경제 활성화 법안들이 정치 쟁점화되며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데 여야 모두 개헌 논의에 목을 맬 경우 경제는 안중에도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개헌의 불확실성이다. 개헌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급격한 변화와 진통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A 경제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개헌 논의 자체는 좋지만 4년 중임제냐, 이원집정부제냐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아직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며 “현 정부에서도 1987년 개헌을 경험해본 관료들이 일부 장관급을 제외하면 극히 소수라는 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B 경제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있을 개헌 논의가 모든 정치·경제·사회 이슈를 삼킬 것”이라며 “지금 경제 상황이 막중한데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C 경제부처 고위관계자는 “개헌이 이뤄진다 해도 시기만 늦춰지는 것일 뿐 집권 후반기에 레임덕이 오는 것은 마찬가지 현상”이라며 “개헌 논의가 이뤄지는 동안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임세원·박홍용·구경우기자, 김상훈·조민규기자 wh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