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비율이 1인당 국민소득이나 인구 고령화율 등을 같은 조건으로 놓고 비교할 경우 프랑스 등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더구나 지난 2010년대 이후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국가부도 위기를 경험했던 남유럽 국가들보다 빨랐다.
26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2015년) 일반정부 부채(D2)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4.8%로 집계됐다. 이는 OECD 평균(115.5%)은 물론 일본(230%), 프랑스(120.8%), 영국(112.8%), 미국(113.6%)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국가채무 기준을 현재 시점에서 단순 비교하지 않고 1인당 국민소득 등을 같은 기준으로 놓고 비교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7,000달러에 도달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같은 수준일 때 국가채무 비율은 독일 45.5%, 영국 53.4%, 일본 64.6%, 프랑스 66.6%, 미국 71.2% 등으로 격차가 크게 줄어든다.
인구 고령화율(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도달하는 시점(고령사회)의 국가채무 비율을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40.9%(2018년 전망)로 프랑스(1979년·32.6%), 독일(1972년·36.8%) 등보다 높다. 영국(1976년·50.5%), 일본(1994년·80.1%) 등도 우리나라에 비해 크게 높지 않았다.
문제는 국가채무 증가 속도다. 2010~2015년 한국의 연평균 국가채무 증가율은 11.5%로 OECD 35개국 중 일곱 번째였다. 포르투갈(9.2%), 스페인(7.2%), 그리스(5.5%), 이탈리아(3.5%) 등 국가부채 위기를 경험했던 남유럽 국가보다 빠르다.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너무 빨라 재정건전성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재정 당국도 국가채무 증가 속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최근 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재정여건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채무 증가율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가채무를 GDP 대비 4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재정건전화법을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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