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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최는 최악의 투자





리우 올림픽 준비과정에서 발생한 걷잡을 수 없는 참사는 다른 도시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왜 굳이 올림픽을 개최해야 하는 거지?

디너파티를 연다고 상상해보자. 그런데 당신에게 파티를 열어야 한다고 했던 손님들이 집 전체를 새 단장하지 않으면 오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들을 달래서 초대하기 위해, 당신은 배우자와 아이들에게 집을 더 크고 고급스럽게 바꿀 때가 됐다고 말한다. 아마 지금은 알 수 없는 멀고 보이지 않는 미래의 언젠가에 이번과 같은 디너파티를 다시 열수도 있다. 업그레이드 비용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지만 말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이 끔찍할 정도로 지연되고, 추가로 설치한 공간과 고가를 들여 개선한 부분들은 파티 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기껏해야 이웃들은 당신을 일종의 교훈거리로 삼을 뿐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놀림감이 될 수도 있다. 올림픽을 유치하는 도시는 바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상황은 훨씬 더 끔찍했다. 위에 나열한 모든 상황 외에도 질병을 퍼뜨리는 모기가 당신이 설치한 특대 사이즈의 수영장에 알을 낳았다. 돈이 없어 청소부를 고용하지 못하는 바람에 부화까지 진행됐다. 10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경기침체와 역사에 남을 정치 스캔들, 그리고 글로벌 보건 위기 상황이 동시에 전개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요트 경기 등이 펼쳐지는 만(灣)에는 미처리 하수가 흘러 들었고, 배구 경기가 진행되는 해변에는 대변이 널려 있었다. 범죄가 들끓고 노숙자들이 몰려들고, 세계 문화 유산지는 몸살을 앓았다.

브라질의 보물 같은 해변이 있는 곳이자, 남미에서 최초로 올림픽을 개최한 이 도시는 재난상황 그 자체였다. 진짜 그랬다. 도시는 허리케인 등이 덮쳤을 때와 같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연방 자금을 수혈 받아 올림픽 준비를 마치기 위해서였다. 이 같은 특수한 재난이 당연하다고 볼 수는 없다. 불운이 따르긴 했지만 대부분 피할 수 있었다. 애당초 올림픽을 개최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물론 올림픽이 진행되는 그 짧은 2주 동안의 화려한 모습을 고려하면 개최 도시의 광기에 가까운 결정에 대해 축하는 아니더라도 잠시 참아줄 수는 있다. 이후 사람들은 다시 자신의 삶으로 복귀할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은 새로운 골프 코스에 최소 150억 달러를 허비했고, 모두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부유한 구역에 지하철 노선을 추가했으며, 물이 부족한 동네에는 2,200만 달러나 들여 곤돌라 리프트를 설치했다.




금메달: 1984년 올림픽을 개최한 로스앤젤레스는 지난 50년 간 투자액을 거둬들인 두 도시 중 한 곳이다.


올림픽 개최를 위한 인프라 시설 구축은 비용이 가장 많이 들고, 가장 어리석은 일이지만 고비용에 대한 일반적인 합리화 명분으로 작용해왔다. 역사적으로 개최도시는 TV 중계권을 통해 꽤 많은 수입을 거뒀지만, 현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전체 수입의 70% 이상을 가져간다. 1990년대만 해도 이 비율은 4%에 불과했다. 개최도시는 티켓 판매와 관광객 유입으로 상당한 현금수입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요즘엔 이 수입이 대회에 투자되는 비용 대비 절반도 되지 않는다. 베이징 하계올림픽(491억 달러 지출)과 소치 동계올림픽(510억 달러 지출)에서도 분명 그랬다. 이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투자 비용이 적었지만, 리우 역시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비용을 20년 더 갚아 나가야 한다. 이제까지의 경험에 비춰보면, 경제활성화는 꿈도 꾸기 힘들다. 지난 반세기 동안 경제활성화를 통해 올림픽 투자 비용을 만회한 도시는 1992년 바르셀로나를 포함해 두 곳에 불과했다.






낙오자: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은 510억 달러를 쏟아붓고도 엄청난 지연과 예산 초과 문제를 겪었다.


최근 계속된 올림픽 실패와 관련, 대회만을 위해 건설된 거대한 구조물들을 보고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낸 IOC의 태도 역시 역풍을 맞기 시작했다. 2004년 대회 때는 12개 도시가 경합을 벌인 반면, 2020년 대회는 신청 도시가 5개 도시에 머물렀다.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놓고 맞붙은 도시는 2곳에 불과하다. 보스턴 시민들은 2024년 올림픽 유치 입찰 가능성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로마도 2024년 대회 유치 시도 중단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학 교수 앤드루 짐밸리스트 Andrew Zimbalist는 “올림픽의 목적이 4년마다 새로운 도시를 선정해 한번 쓰고 버릴 과시용 경기장을 짓는 데 200억 달러를 소비하게 만드는 것인가? 절대 아니다. 올림픽의 목적은 국제 스포츠 경기를 통해 세계가 함께 모여 화합을 추구하고 민족간 경계를 뛰어 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다룬 ‘원형 대경기장(Circus Maximus)’ 이라는 책을 쓴 저자이기도 하다.






학계와 도시계획 전문가들 사이에서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는 해결책은 개최 도시를 입찰을 통해 결정하지 말고, 한 도시를 상시 개최국으로 정하자는 것이다. 짐밸리스트는 하계 올림픽 개최 장소로 로스앤젤레스를 꼽았다. 1984년 두 번째 올림픽을 개최했을 당시 투자한 금액을 1년 안에 거둬 들인 유일한 개최도시인데다, 필요한 장소와 인프라시설이 이미 마련돼 있다는 게 그 이유이다. IOC가 이런 방식을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도시가 쓸데없는 경기장을 짓는데 수십억 달러를 허비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Ryan Brad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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