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26일 발표한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통해 ‘케이블 사업 권역제한’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국내 미디어 시장에 인수합병(M&A) 회오리가 다시 불게 됐다. 특히 케이블TV업계의 상위 주자인 CJ헬로비전(CJH), 현대HCN 등을 놓고 인터넷TV(IPTV)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SKB) 및 LG유플러스가 짝짓기 전쟁을 재점화할 전망이다. 아울러 케이블TV업계간 합종연횡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호재에 대해 SKB와 LG유플러스는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이들은 권역제한 폐지안이 전체 유료방송시장의 성장을 다지자는 차원의 정책이지 특정 업체의 유·불리를 따지기 위한 방안은 아니라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SKB의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료방송시장의) 지역별 경쟁의 제한성을 근거로 우리 회사와 CJH의 M&A를 올해 불허하기는 했지만 미래부가 권역제한을 폐지한다고 해서 공정위가 바로 시각을 바꿀지는 아직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업계는 권역제한의 수혜는 케이블TV업계뿐 아니라 SKB와 LG유플러스도 입게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한 방송업계 임원은 “KT는 유료방송에 대한 권역별 규제가 풀려도 (IPTV와 위성방송 등의 총점유율을 합해 33%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합산규제에 걸려 별 다른 실익이 없지만 SKB와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1위 사업자를 인수해도 합산규제 상한을 초과할 가능성이 낮으므로 권역별 규제까지 풀린다면 금상첨화가 된다”고 지적했다. 손지윤 미래부 뉴미디어정책과장도 “합산규제 필요성에 대해선 (유료방송발전방안) 정책연구반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지만 일단 유지하기로 했다”며 “일몰을 연장하거나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를 신설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KT는 상대적으로 이번 방안의 혜택에서 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전체 유료방송시장 5위를 차지한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업체를 인수하면 단숨에 2위로 올라서게 된다. SK텔레콤 역시 케이블TV 한 곳을 인수한 뒤 SKB와 합병시키면 500만~700만명의 거대 유료방송 사업자가 된다. 두 회사 모두 유료방송시장 1위 사업자인 KT(800만 이상 가입자)를 견제하려면 케이블 업체와의 인수합병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TV(IPTV) 사업자가 케이블TV 업체를 인수할 근거가 마련된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KB는 최근 CJH와의 M&A가 공정위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이해관계만 맞는다면 기업사냥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현재 케이블TV 업계에서 매물로 거론되는 업체는 CJH, 이외에도 현대HCN, 딜라이브, 씨앰비(CMB) 등이다. 이중 CJH는 IPTV업계가 모두 잠재적 인수대상으로 겨냥하고 있다. 현대HCN의 경우 올해 LG유플러스와 물밑 접촉설이 돌기도 했는데 양사는 공식적으로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딜라이브는 MBK파트너스 등 대주주가 몸값을 비교적 높게 부르고 있어 해당 가격조건이 낮아질 지 여부가 M&A 성사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거꾸로 케이블TV업계가 M&A를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CJH가 다른 케이블TV 등을 인수해 몸집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 재편론이 꾸준히 제기되는 것은 케이블TV 업계의 위기 상황 때문이다. 전체 방송시장은 최근 10년간 평균 8.1%씩 지속 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는 후발사업자인 IPTV가 주도해 왔다. IPTV는 지난 2015년 기준 방송매출이 4,216억 원이 증가한 반면 선발사업자인 케이블TV와 위성TV는 각각 872억 원과 36억 원이 감소했다. 다만 국내 케이블TV 업계는 업체들의 ‘헐값 퇴출’을 우려해 권역제한 폐지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한편 미래부는 이날 각 유료방송의 매체별 전송방식에 따라 구분돼 온 방송허가체계를 유료방송서비스로 단일화하기로 하고, 유료방송사업자간 서로의 지분을 33%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지분율 규제’는 없애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단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1을 초과해서는 안된다는 이른바 ‘합산규제’는 목적 자체에 수긍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유지하기로 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
◇유료방송 가입자 현황[단위 만명]
2014년 12월 | 2015년 3월 | 2016년 6월 | |
IPTV | 967 | 1,018 | 1,064 |
위성TV | 309 | 310 | 314 |
케이블TV | 1,468 | 1,459 | 1,4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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