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연이어 인수합병(M&A)을 예고하고 나섰다. 기업의 약점을 채우는 보완재 역할은 물론 사업구도의 ‘판(板)’을 흔드는 전환점으로 M&A를 택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M&A를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히든카드’로 삼는 사례가 늘면서 향후 나아갈 방향을 예측하는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영혁신안을 발표한 롯데는 검찰 수사 이후 전면 중단됐던 M&A를 재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경영혁신안 발표를 통해 향후 5년간 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호텔·면세점·석유화학 등의 업종에서 기업 M&A를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M&A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는 곳은 롯데뿐만이 아니다. 14일부터 2박3일 동안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진행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조원 이상의 초대형 M&A를 예고했다. 중간지주사를 도입해 그룹사 경영의 시너지 효과를 더하는 한편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 사업조직을 중국·미국 등에 전진 배치해 글로벌 영토 확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보기술(IT)·통신기업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손정의 사장 역시 최근 통신사 스프린트와 반도체회사 ARM 인수에 버금가는 대형 M&A를 한두 건 더 진행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항상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었다”며 “나는 다음 패러다임에 재투자하기 위해 모든 것을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국내는 물론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기업들까지 M&A를 통해 미래성장동력 찾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27일 등기이사로 선임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향후 M&A 행보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이 높다.
그동안 M&A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온 이 부회장의 행보가 한층 탄력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이 부회장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전장사업 등을 정조준하고 관련 분야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미국 등 해외에서 총 4개 기업을 인수하거나 인수를 확정한 상태다.
이미 M&A를 통해 성과를 올린 곳도 있다. 한화그룹이 대표적이다. 김승연 회장을 필두로 한화그룹이 지난해부터 인수한 방산계열 3사(한화테크윈·한화탈레스·한화디펜스)는 올 2·4분기 호실적을 내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M&A 시장은 지난해 875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영 위기가 악화된 올해 M&A 시장이 잠시 주춤한 상태지만 위기 극복을 위해 M&A를 택하는 사례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재계순위 1~2위의 실적이 주저앉은 상황에서 재계 전반에 위기감이 높아진 상황”이라면서 “롯데·SK 등의 사례처럼 M&A를 통해 위기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재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어 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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