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에서 대통령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던 조인근(53·사진)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은 28일 “최순실씨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대통령 연설문을 중간에 손을 댔다는 의심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3시경 자신이 상근감사로 재직 중인 여의도 증권금융 사무실 출근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현 정권의 ‘비선 실세’로 드러난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 논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온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지난 25일 이후 조 전 비서관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입장 발표에 대해 “청와대와 일절 교감은 없었다”고 선을 긋고 “최순실씨는 본적도 없고 이번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비서관 재직 시절 최종 연설문이 달라진 경로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연설문이 이상하게 고쳐져 돌아온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연설문이라는 게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연설문의 완성은 결국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간에 이상해졌다는 의심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설문 작성 후 어디로 넘기냐는 질문에 “통상 부속실로 넘겼다”고 답했다.
지난 2004년 당시 한나라당 전당대회 시절부터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조 전 비서관은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5개월간 대통령 연설기록비서관으로 일하다가 지난 7월 돌연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한 뒤 8월29일 증권금융 감사로 선임됐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어서 나온 것은 아니다”라며 “대선 기간까지 4년 넘게 연설문 작성을 하다보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고 건강도 안 좋아져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5일부터 휴대폰 등을 통해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가 이날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현상·양사록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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