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뇨제 성분의 고혈압약을 먹거나 고혈압약과 이뇨제·진통제·정신과 약을 함께 복용하는 노인이라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게 하나 더 생겼다. 바로 혈중 나트륨 농도다.
노년층은 젊은 층과 달리 혈중 나트륨 농도가 소량 감소해도 심혈관계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률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서다.
진호준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팀은 혈중 나트륨 농도가 정상(135~145mEq/L)인 65세 이상 노인 949명을 5년간 추적 연구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 연구 논문은 ‘미국노인의학회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서 혈중 나트륨 농도가 정상 범위 안에서 낮은 A그룹(135~138mEq/L)의 사망률은 농도가 중간인 B그룹(138.1~142mEq/L)의 2.7배였다.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3.3배나 됐다. 나트륨 농도가 2mEq/L 떨어질수록 사망률은 14.9% 올라갔다. 다만 B그룹과 농도가 높은 C그룹(142.1~145mEq/L) 간에는 의미 있는 사망률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고혈압 진료 노인 247만명=우리 몸속 수분인 체액과 나트륨 등 전해질의 균형이 어긋나면 콩팥(신장) 기능이 급속하게 손상될 수 있다. 또 뇌세포 안으로 수분이 이동하는 양에 따라 가볍게는 뇌가 부어 두통·구역질 등이, 심하면 정신이상·의식장애·간질발작 등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고 아주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우리 몸에서 물은 체중의 60%를 차지한다. 3분의1가량은 세포 바깥에, 3분의2가량은 세포 안에 있는데 혈액 속의 나트륨 등 삼투질 농도가 높은 쪽으로 이동한다. 혈액 1ℓ당 나트륨 농도가 일정 수준(135~125mmol 미만)으로 떨어지면 이 같은 저나트륨혈증 증상이 나타난다.
저나트륨혈증이 생기는 원인은 이뇨제 사용, 구토·설사, 췌장염, 장관 막힘, 화상, 과도한 발한, 출혈, 갑상선 기능 저하증, 울혈성 심부전, 간경화, 신증후군, 코르티코이드 호르몬 이상 등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먹는 약과 관련이 있다. 고혈압·관절염·우울증 등으로 이뇨제 성분의 고혈압약을 먹거나 고혈압약과 이뇨제·진통제·정신과 약을 함께 복용하는 노인이 늘어나서다. 지난해 고혈압(본태성 고혈압), 등통증, 무릎관절증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노인만도 각각 247만명, 144만명, 138만명에 이른다. 상당수는 복수의 질환을 앓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콩팥 정상이어도 나트륨 농도 떨어져=진 교수는 “음식을 짜게 또는 싱겁게 먹어도 콩팥 기능이 아주 나빠지지 않았다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잘 조절된다”며 “반면 고혈압 치료를 위해 이뇨제를 복용하는 노인, 설사로 탈수증이 생기거나 물을 많이 마시는 노인 등은 콩팥 기능이 정상이어도 혈중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기 쉽다. 콩팥 기능이 정상 수준의 15% 미만으로 떨어진 노인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뇨제를 복용하면 수분은 물론 나트륨·칼륨 등도 함께 빠져나가 체내 전해질 균형이 깨지기 쉽다. 그렇다면 비(非)이뇨제 고혈압약을 먹으면 문제가 해결될까. 진 교수는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고혈압은 신장병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지만 신장병을 악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소금 섭취량이 많은 나라에서는 이뇨제 고혈압약을 쓰는 게 혈압을 떨어뜨리는 데 유리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며 “고혈압약을 바꾼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닌 만큼 과다한 수분섭취를 피하고 의사와의 상담, 정기적으로 신장기능·전해질 검사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장병은 혈압 측정과 간단한 소변(단백뇨·혈뇨)검사, 혈액(혈청 크레아틴) 검사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은 최소 1년에 1회 이상 검진을 받는 게 좋다. 고혈압·당뇨병약도 신장 기능 보존과 단백뇨 감소에 효과적인 것을 쓰는 게 중요하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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