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례없는 저금리에 은행들의 경영환경이 나쁘다는데 국내 시중은행들이 3분기에 일제히 ‘깜짝 실적’을 올렸습니다. 호실적에 주가도 모처럼 오르고 있는데요. 하지만 은행들의 이자수익이 주로 부동산경기 호황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급증에 기인 했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호실적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리포트입니다.
[기자]
신한, 국민, 우리, KEB하나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조5,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4%나 불어났습니다.
국내 은행 수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자이익은 저금리에도 올 3분기 12조8,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00억원 늘었습니다.
하지만 은행들의 이 같은 깜짝실적을 꼼꼼히 살펴보면 장사를 잘 했다고만은 볼 수 없습니다.
올 들어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은행들의 이자수익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작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새 은행들의 평균 대출금리는 연 3.05%에서 2.91%로 낮아졌지만 대출 규모는 4.4% 늘었습니다. 싼 금리로 많이 판, 일종의 박리다매로 은행들의 이자수익이 증가한 것입니다.
가계대출에 기댄 이자수익은 내년까지 지속되기 힘든 만큼 은행들 역시 비이자수익 확대를 통한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습니다.
3분기 4대 은행의 비이자이익은 3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00억원 늘었지만 대부분이 환율 효과였습니다.
원달러환율이 오르면서 원화로 환산한 외화 자산의 가치가 올라간 덕에 이익이 늘어난 것입니다. 반면 수수료 이익은 2조2,000억원으로 1,000억원 줄었고, 유가증권 이익은 1조2,000억원으로 1,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은행들이 판관비와 대손비용을 1조원이나 줄이는 등 비용을 아낀 것이 오히려 호실적에 더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1,3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빚에 금육당국의 대출 조이기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가계대출만으로 이익을 늘리기는 한계에 달한 만큼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통한 이자수익 다변화와 비이자수익에서의 차별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서울경제TV 정하니입니다.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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