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84위로 꼴찌에 가까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2015년 기준 1.24명)이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5년 단위의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 차례에 걸쳐 내놓으며 갖은 정책을 다 동원했지만 하락 추세를 돌려세우지는 못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정치권은 저출산 대책 전담기구인 ‘인구처’를 만들어 돌파구를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 전문가들의 입장은 서로 엇갈린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출생아 수는 3만 3,900명으로 지난해보다 3.7% 줄었다. 8월 기준으로 통계가 있는 2000년 이후 가장 적다. 올해 8월까지 태어난 신생아 수도 28만 3,1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감소했다. 역시 8월까지 누계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다. 지난 해 1.24명이었던 출산율이 올해 정확히 어느 수준까지 내려앉을지는 내년 2월께 공식집계를 나와봐야 안다. 하지만 1.2%대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통계청의 전망이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지는 않는다. 올 들어 출생아수 추이가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난임시술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단기 처방책을 내놓았다. 당시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10여년간 정부의 대응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의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아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악화하고 있는 저출산 추세를 사력을 다해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긴급 단기보완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관건은 기본계획과 보완대책에 담겨 있는 정책들이 얼마나 성과를 내 인구절벽을 마주하고 있는 한국의 출산율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느냐다. 기본계획 상의 대책들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 스스로 인정했듯이 올해 나온 보완대책은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정책이지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는 정책은 아니다. 쉽게 말해 이 대책은 아이를 낳지 않는 요인에 대한 처방은 일단 차치하고 아이를 원하지만 못 갖고 있는 난임부부 등을 지원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지난 10여년간 저출산 대책을 주도한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산율 제고에 있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자 정치권은 새로운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은 9월 저출산 대책 전담기구인 ‘인구처’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는 지난 24일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전담하는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의 ‘컨트롤 타워’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일단 정부는 반대 입장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는데 새 기구를 만들면 ‘옥상옥’이 될 우려가 있다”며 “각 부처별 저출산 대책이 따로 놀고 있다는 얘기가 있는 데 이는 위원회 내 간사 부처인 복지부에 보다 힘을 실어주는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양쪽 다 존재한다. 한쪽에서는 “취업난, 주거빈곤 등을 해소해야 풀 수 있는 문제를 조직 신설로 해결하려 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반대 편에서는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도 지난 해 장관급 기구를 신설했다. 일본을 무작정 따라 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일단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고 맞서고 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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