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니위니를 1조원에 팔고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이랜드그룹이 여전히 자금난을 겪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룹 지주회사격인 이랜드월드가 계열사로부터 연이어 자금을 차입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부 거래처에는 밀린 대금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지난 한 달 동안 계열사들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516억원의 단기차입을 실시했다. 운영자금 목적으로 빌린 차입금은 1년간 적게는 3.3%에서 많게는 4.6%의 이자를 지급한다. 또 지난 4월 대출채권을 유동화해 4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데 이어 지난 24일 400억원 규모의 장래매출채권 유동화를 추진했다.
이랜드그룹이 현금 유동화에 나서는 데는 재무구조 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티니위니를 1조원에 매각하긴 했지만, 기대보다 낮은 수준인데다 매각 조건에 매각대금의 10%를 재투자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티니위니의 매각대금은 이랜드월드와 홍콩을 포함한 중국내 이랜드법인인 의념에 법인세 납부 후 각각 1,900억원과 4,700억원 정도만 유입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이랜드의 부채비율이 당초 목표인 200%까지 낮아지기가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게다가 티니위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국에 뉴코아몰 등을 개설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라 의념법인이 중국내에 자금을 최대한 확보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이랜드그룹이 현금 유동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난 9월에는 뉴코아아울렛 등에 입점한 삼성물산, LF(093050), 코오롱(002020) 등 거래처에게 한 달 치의 정산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이랜드의 카드포스단말기를 사용해 결제하게 되므로 매달 이랜드는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입점해 있는 업체들에게 정산해줘야 한다”며 “정산대금은 매달 15일에 입금되는데, 지난달은 이례적으로 업체들이 3~4일가량 늦게 대금을 받았거나 받지 못한 곳이 많아 사실상 철수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금유동성에 문제를 겪으며 이랜드 내부에서는 재무무구조 개선을 추가적인 자산 재매각 논의가 다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을 묶어 패키지로 매각하는 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랜드리테일은 패널티 금리를 피하기 위해 올해 안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지만, 내부에서 기업공개(IPO)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도 나오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티니위니 매각 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한다고 해도 부채비율은 300%대로 예상된다”며 “자산들을 다시 매각하는 안이 논의 중이지만, 시장의 신뢰를 잃은 상황이라 이 역시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랜드 측은 이에 대해 “11월 이후 티니위니 매각 대금이 유입되면 자금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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