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펀드 비과세 제도 부활의 바람을 타고 올 들어 새롭게 등판한 ‘용병펀드’들이 화려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다. 용병펀드는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 유명 운용사에 위탁하거나 자문받아 운용하는 해외투자펀드로 국내 운용사들이 지난 2월 비과세 해외펀드 도입을 계기로 해외투자 성과를 높이기 위해 앞다퉈 내놓았다.
3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출시된 주요 용병펀드 7개의 지난 27일 기준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37%로 같은 기간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2.98%)보다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7개 펀드에 모인 전체 자금도 747억원에 그쳤다.
이들 용병펀드는 대부분 재간접펀드여서 일반 해외투자펀드보다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투자 전문성은 물론 유명 운용사의 화려한 전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와 미국 금리 인상 등 여러 이슈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SS글로벌자산배분’ 펀드는 5월30일 설정 후 나흘 만에 150억원을 끌어모으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자금이 꾸준히 빠져나가면서 현재 설정액은 142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3개월 수익률도 -0.28%로 저조하다. 이 펀드가 자문을 받는 SSGA는 200년 전통의 스테이트스트리트(SS)의 자산운용 부문으로 운용 자산만 2조3,000억달러에 달한다. 또 다른 용병펀드인 ‘한국투자웰링턴글로벌퀄리티’ 펀드 역시 이 기간 수익률이 -0.36%에 그친다. 웰링턴은 1928년 미국에서 설립된 세계 8위 기관자금 전문 운용회사로 지난해 말 기준 9,27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한다.
하루 앞서 출시된 ‘삼성유럽가치배당’ 펀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 펀드는 프랑스·스위스·영국 등 총 19개국에서 약 200조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는 에드먼드 드 로스차일드 그룹의 자문을 받아 운용하는 상품이다. 명성에 걸맞게 한 달 만에 301억원을 끌어모아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후 추가로 유입되는 자금 없이 제자리걸음 중이다.
운용자금이 10억원에도 못 미치는 상품도 있다. 스위스 3위 프라이빗뱅크인 픽테그룹의 자회사 픽테자산운용의 ‘시큐리티 펀드’에 투자하는 ‘삼성픽테시큐리티’ 펀드는 1월26일 설정 이후 9개월이 지났지만 설정액은 9억원 수준이다. 최근 3개월 수익률도 -2.8%로 부진하다. 스위스 롬바드오디에자산운용의 ‘골든에이지 펀드’에 투자하는 ‘KB롬바드오디에골든에이지’ 역시 7월6일 설정 후 설정액은 5억원, 3개월 수익률은 -4.22% 수준으로 나타났다. 투자자의 외면이 계속될 경우 자투리 펀드 청산 대상에 포함될 우려도 나온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용병펀드 대다수가 주식형이어서 부실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운용사 이름만 보지 말고 글로벌 경기와 시장 상황에 잘 맞는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익률 부진에 해외 주식형에 치우쳤던 용병펀드들도 최근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005940)이 스위스 자산운용사 UBP자산운용과 손잡고 내놓은 ‘하이글로벌메자닌(H)’ 펀드는 해외 전환사채(CB)에 투자하는 채권혼합형 펀드다. BNY멜론운용그룹의 펀드에 재투자하는 ‘삼성글로벌리얼리턴H(재간접형)’ 펀드는 안정형 자산 비중을 높여 시장 하락 방어에 특화됐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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