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은 다음달 진행될 아시아나항공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최종 불참한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총 1,662억원 규모의 이번 유상증자에서 아시아나항공은 12.61%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 금호석유화학에 210억원 상당을 배정해놓고 있었다. 금호석유화학은 “유상증자에 불참하면 지분율이 10%대까지 희석될 수 있지만 경영권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뿐더러 증자에 참여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이미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이 증자를 결의한 지난 9월부터 금호석유화학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불참을 예상해왔다. 3대 주주(지분율 6.25%)인 KDB산업은행도 유상증자 참여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유상증자에는 금호아시아나 핵심 계열사이자 아시아나항공 최대 주주(30.08%)인 금호산업만이 500억원 어치의 주식 배정에 모두 참여한 상태다.
재계는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아시아나가 8월 모든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하면서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그룹 지배권 회복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이 유상증자에 불참하자 아직 형제간 감정의 앙금이 남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아시아나는 유상증자와 관련한 사전 교감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의 1조원대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 지난달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형의 인수를 도울) 계획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한 주요 주주의 불참이 유력시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마련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서라도 박찬구 회장 등의 지원이 절실한 상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이 될 금호타이어는 이달 9일 공개 예비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찾게 된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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