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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2일 공개한 '엑시노스8 옥타'에 대해 "삼성의 비메모리사업부(시스템LSI)가 올해 낳은 최대 성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만큼 엑시노스8은 비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퀄컴과 동격'으로 올려놓을 혁신적 제품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서 다소 주춤한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을 조만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 최초의 고성능 통합칩인 엑시노스8이 하루아침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D램 부문에서 세계 1위에 막 진입하던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고도의 설계능력이 요구되는 비메모리 진출을 꿈꿨다. 삼성은 1990년대 중반 미국 DEC가 자체 개발한 PC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생산하면서 고성능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개발·제조 노하우를 익히기 시작했다. 이어 2000년대 초 영국 ARM이 만든 반도체 설계를 기반으로 한 AP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은 2007년 애플이 출시한 첫 번째 아이폰에 삼성이 만든 모바일 AP가 탑재되며 비약적인 성장세를 맞는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약진하기 시작한 2010년대 들어서는 독자적 모바일 AP가 최고급 모델인 갤럭시S 시리즈에도 서서히 적용됐다. 올해 출시한 갤럭시S6에는 전 세계 판매량 모두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AP 대신 삼성 엑시노스 AP(7420)가 100% 탑재됐다.
이제 엑시노스8 발표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퀄컴이 쳐놓은 마지막 기술장벽인 '고성능 통합칩'까지 뛰어넘고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세계 1등을 겨냥할 수 있게 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고성능 통합칩을 만드는 퀄컴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모바일 AP 시장의 4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기준 5% 남짓에 그쳤지만 전문가들은 엑시노스8이 퀄컴의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하며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실적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IDC코리아의 김수겸 상무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면서 프리미엄 통합칩까지 독자 개발에 성공한 기업은 삼성전자뿐"이라며 "엑시노스8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에 기대 전 세계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올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퀄컴이나 대만 미디어텍의 모바일 AP를 채택해왔던 중국·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기술 경쟁력이 높은 삼성의 고성능 통합칩을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삼성전자 외에 엑시노스 AP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는 중국의 메이주 정도다.
나아가 엑시노스8의 출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비메모리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전 세계 D램·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각각 40% 수준을 점유하며 올해 40조원 후반대의 연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비메모리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의 연 매출 전망은 4분의1도 채 안 되는 10조~11조원 남짓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이나 인텔도 도달하지 못한 고성능 통합칩을 성공시키면서 기술격차를 단숨에 줄인 것으로 본다. 명실공히 종합반도체 선도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엑시노스8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반도체 설계 노하우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같은 다양한 미래 중심 산업에 필요한 핵심 반도체 설계에도 응용할 수 있다"며 "몇 년 안에 반도체 설계기술 측면에서 인텔을 따라잡는 상황도 충분히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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