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현대자동차와 LG를 비롯한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신성장동력으로 꺼내 든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탓이다. 삼성의 스마트카 시장 진출과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①삼성 자동차 나오나
스마트카OS 개발·부품만 생산·완성차 출시 세갈래길
삼성그룹은 전장사업팀 신설과 관련해 10일 "완성차 시장에 진출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차량용 부품을 만들어 현대자동차 같은 제조업체에 납품할 수는 있어도 삼성 브랜드를 단 자동차를 출시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자동차 사업이 향후 크게 나눠 세 갈래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우선 구글의 뒤를 빠르게 쫓는 방식이다. 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처럼 스마트카 OS를 6년 전부터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의 엔진은 누가 만들든 그 '두뇌'만큼은 구글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삼성 역시 스마트카 OS 개발에 뛰어들어 구글 또는 애플과 직접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삼성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1등을 차지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은 약점이다.
LG전자처럼 배터리, 카메라모듈, 차량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주요 부품을 한꺼번에 납품하는 전문 부품 회사의 길을 갈 수도 있다. 스마트카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아 당분간은 LG전자와 경쟁구도를 만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삼성이 완성차를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면 이를 조립해 수직 계열화 체제를 만드는 게 합리적인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한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어차피 미래에는 자동차 회사와 정보기술(IT) 업체 간의 경계 자체가 모호해질 것"이라며 "이 경우 삼성이 자동차 사업을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②경쟁력 얼마나
AVN선 역량 충분…출발 늦은 자율주행은 갈길 멀어
삼성은 전장사업팀을 출범하면서 인포테인먼트와 자율주행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인포테인먼트는 이른바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관련 시장을 뜻한다. AVN은 상대적으로 기술장벽이 낮고 삼성이 이미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분야로 꼽힌다. 삼성은 지난해 인도 타타자동차에 자동차용 앱인 '드라이브 링크'를 납품했고 지난 6월에는 미국 스마트카 인포테인먼트 업체인 빈리에 65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적극적으로 기술확보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나 디스플레이 등 전장부품은 계열사인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이 우수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다만 자율주행 분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경쟁업체인 구글이나 애플에 비하면 출발 자체가 늦었다. 삼성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끊임없는 공정개선을 통해 경쟁 업체를 따돌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성능 검증에만 1~2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정도로 시장개척이 까다롭다. 속도감 있는 원가절감을 통해 이윤을 남기는 기존 전략을 쓰기 어렵다는 얘기다.
③앞으로 그림은
전장부품 물량공세…'제2 치킨게임' 돌입할 수도
삼성의 전장부품 진출에 낙관적인 전망만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전장부품은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인 탓에 삼성의 브랜드 파워가 먹히지 않는다. 특히 인포테인먼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존 업체들 입장에서는 삼성이 달갑지 않은 존재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제2의 '치킨게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자를 밀어낸 것처럼 전장부품 분야에서도 물량 공세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배터리를 맡고 있는 삼성SDI와 삼성전기(MLCC·카메라모듈) 등은 대대적인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7월 IR를 통해 글로벌 전장부품 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삼성SDI는 케미컬 부문 매각으로 마련한 2조원대 자금을 투자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서일범기자 squiz@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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