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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에도 기업 구조조정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금융당국은 기업 구조조정 의지를 강하게 밝히며 기업과 금융계를 바짝 긴장시켰다. 당시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단장을 맡는 기업재무개선지원단,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가 위원장으로 뽑힌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가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고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민간자문그룹과 관계부처협의회를 가동해 산업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구도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소리만 요란했을 뿐 알맹이는 없었다. 전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당시 청와대에서 김종창 원장이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이라도 해서 기업 구조조정을 반드시 해내겠습니다'라고 보고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마지 못해 '그러세요' 하면서 웃고 말더라"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 드라이브에 대해 별로 좋은 감정을 가질 리 없었을 것이라는 게 관료사회의 추측이다. 오히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등 주요국의 기업들이 흔들릴 때 국내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반론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2008년 구조조정의 좌절은 청와대, 즉 대통령의 의지가 구조조정 성공 여부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시킨 사례로 꼽힌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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