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두증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지카바이러스가 남성의 생식능력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왔다.
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미 워싱턴대 의대 연구진은 수컷 쥐가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고환 크기가 눈에 띄게 작아지며 정자 수가 감소하고, 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양도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금까지 지카바이러스는 태아에게 소두증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태아와 여성의 생식기관 감염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 많았다. 소두증은 태아의 뇌가 다 자라지 않아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작아지는 질환이다. 최근에는 브라질 등 남미 뿐 아니라 미국, 동남아시아에서도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워싱턴대 연구진은 지카바이러스가 남성의 생식기관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우선 수컷 쥐에게 지카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 1주가 지나자 생식기관인 고환에서도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2주 뒤에는 수컷 쥐의 고환 크기가 현격하게 줄고 무게도 감소했다. 일반 쥐의 고환 무게는 75mg 이상이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의 경우 50mg도 되지 않았다. 3주 뒤 쥐의 고환 크기는 더욱 감소했으며 무게는 25mg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고환을 구성하는 세포가 죽었고, 고환 내부의 구조도 손상된 것을 확인했다. 수컷의 핵심 생식기관인 고환이 지카바이러스의 공격으로 점차 기능을 잃어간 것이다. 고환은 생식세포인 정자와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 기관이다.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쥐는 고환의 크기가 작을 뿐 아니라 정자 수와 성호르몬 수치도 정상에 비해 적었다. 정자의 운동성도 현저히 감소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동물 모델을 이용해 지카바이러스가 정모세포(정자로 성장하는 세포), 정세관(정자가 나오는 작은 튜브) 세포 손상을 일으킨다는 것과 남성호르몬과 정자수, 고환크기, 가임력을 모두 감소시킨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밝혔다”며 “다만 쥐 실험이므로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진행한 마이클 다이아몬드 교수도 “수컷 쥐에서 확인된 결과가 사람에게도 나타나는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며 “사람에게도 같은 영향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람의 정자 속에서 지카바이러스가 발견된 적은 있다. 또 지카바이러스는 정액 속에서 수개월을 산다고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증상이 없더라도 지카 발생국가를 방문한 남성은 최소 6개월간 성관계 때 콘돔을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사진=Prabagaran Esakky 제공=연합뉴스]
/정승희인턴기자 jsh040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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