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현대자동차의 월간 내수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급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3조원을 넘는 사상 최악의 손실을 입힌 노조의 장기 파업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난달 판매 감소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던 지난 2010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크다. 이로 인해 현대차의 지난달 안방 점유율은 사상 최초로 30% 벽이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1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달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4% 감소한 4만7,186대에 그쳤다. 월간 판매량이 30% 이상 급감한 것은 2010년 6월의 34.9% 이후 76개월 만에 처음이다.
올 9월 32.3%까지 하락한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은 창사 이래 최초로 3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아차는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한 4만34대를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팔았다. 현대·기아차가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도 처음으로 60%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주 말 수입차 업체들의 10월 판매 실적이 공개된 후 공식 집계가 가능하지만 9월 62.1%까지 떨어진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을 감안하면 60%를 사수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부진한 사이 외국계 자동차 회사들의 판매는 급증했다. SM6와 QM6를 앞세운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달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판매액을 올렸고 경차 스파크를 통해 판매 확대를 꾀하고 있는 한국GM 역시 역대 10월 최대 판매 실적을 지난달 달성했다.
르노삼성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9%나 급증했다. 중형 세단 SM6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가 연타석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총 1만3,254대를 판매했다. SM5가 돌풍을 일으켰던 지난 2010년 6월 이후 6년 4개월 만에 최대 실적이자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판매 기록이다.
공교롭게도 2010년 6월은 현대차의 판매 실적이 34.9%가량 감소했던 시기와 맞물린다. 지난달 30%가 넘는 현대차의 판매 실적 추락이 장기 파업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필수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해온 현대차이지만 경쟁력 있는 신차로 맞서지 못할 경우 경쟁사에 크게 위협을 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시장에서 벤츠를 중심으로 한 수입차와 외국계 회사들 사이에 포위되는 모습이다. 곧 나오는 신형 그랜저를 통해 대반전을 이루지 않을 경우 현대차의 위기가 생각보다 깊고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GM 역시 회사 출범 이래 최대 10월 실적을 기록했다. 한국GM은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1만6,736대를 내수에서 팔았다. 120만원의 현금할인 등 공격적인 판매 조건을 내건 경차 ‘스파크’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증가한 판매고를 올린 덕분이다.
현대차는 이달 중순 출시되는 신형 그랜저를 앞세워 4·4분기 반등을 노린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그랜저HG의 판매량이 풀체인지 모델 판매를 앞둔 만큼 3,000대 수준으로 줄었지만 신형 그랜저의 시장 기대감이 높아 충분히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