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 중형 세단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국산차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차이가 크지 않고 여기에 수입차라는 프리미엄까지 누릴 수 있는 것이 판매 증가 이유로 꼽힌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태로 일본차가 강점을 지닌 가솔린·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선호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혼다코리아의 ‘어코드’는 올해 10월까지 총 3,096대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1,888대) 대비 63.9% 늘었다. 한국닛산의 ‘알티마’도 총 2,650대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 지난해(1,880대)보다 40.9% 증가했다. 도요타의 ‘캠리’는 3,295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2,578대)와 비교하면 27.8% 증가했다. 올해 수입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5.5%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일본 중형 세단의 판매 증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본 중형 세단의 증가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국산 중형 세단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닛산 알티마 2.5의 가격은 2,990만원, 혼다 어코드 2.4는 3,540만원, 캠리는 3,370만원이다. 국산 대표 중형 세단인 현대차 ‘쏘나타’의 가격이 2,255만~3,19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별반 차이가 없다. 국산차가 옵션 사항이 더 우수하지만 도로 위에 너무 많다 보니 차별화를 원하는 30~40대 고객들이 일본 중형 세단을 선택하고 있다.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하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도 한몫했다. 일본차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위주다. 디젤차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올 들어 수입 디젤차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16.9% 줄어든 반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는 각각 13.1%와 68.8% 늘었다. 실제로 도요타의 ‘캠리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올해 1,857대로 지난해에 비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일본 세단 판매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산차의 품질이 크게 향상됐지만 아직 일본차를 능가할 정도는 아니다”면서 “일본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여전히 낮지만 점차 개선되면서 판매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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