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약사들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유망 제약·바이오벤처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는가 하면 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도 보이고 있어 해외 기술수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에 기회라는 의견이 나온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1위 제약사 다케다약품공업(이하 다케다제약)은 최근 분식회계 스캔들로 경영 위기에 처한 캐나다 최대 제약사 밸리언트의 위장약 부문 자회사 샐릭스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인수 금액은 약 100억달러(11조4,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가 성사된다면 지난해 기준 세계 매출 순위 18위에서 글로벌 10위권 제약사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다케다제약은 영국 글락스소미스클라인(GSK) 출신인 크리스토프 베버가 이끌게 된 지난 2014년 이후 암·위장 및 소화기·중추신경계 질환 등 3대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방침 아래 전략적 인수합병(M&A) 전략을 구사해오고 있다. 9월에는 주력 분야의 미국 내 우량 기업 인수를 위해 최대 200억달러의 실탄을 지출할 용의가 있다는 의견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샐릭스 인수에 대해서도 다케다제약은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도 “소화기 쪽 질환 등 중점 영역에 있어 항상 복수의 상대방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일본계 제약사들도 최근 한두 달 사이 글로벌 제약 시장에 굵직한 흔적을 남겼다. 아스텔라스제약은 10월 항체의약품을 개발 기업인 비상장 독일 바이오벤처 가니메드파마슈티컬을 최대 12억8,200만유로(약 1조6,000억원)에 인수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인수 계약금으로 4억2,200만유로를 지급하고 가니메드가 개발 중인 위식도암 치료제의 성공 여부에 따라 8억6,000만유로를 추가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9월 다이닛폰스미모토제약이 미국 자회사 선오비언을 통해 캐나다 제약벤처 시냅서스 테라퓨틱스를 6억3,900만달러(약 7,300억원)에 인수했고 7월 니치이코제약이 미 최대의 복제약 제조 판매사 서전트를 7억3,600만달러(약 8,420억원)에 샀다.
이들 기업은 유망 기업 인수는 물론 기술 이전 계약을 통해 신기술과 신약 판매 권리를 확보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다케다는 지난달 영국 제약사 크레센도 바이오로직스가 개발 중인 면역 항암제에 최대 7억5,400만달러를 지급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지난 1일 미쓰비시다나베 제약이 코오롱생명과학의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일본 내 판매 권리 확보를 위해 5,000억원을 지불하기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케다를 비롯한 일본 대형 제약사들 대부분이 곧 핵심 상품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신기술·신약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국내 바이오 기업에도 기술 수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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