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코오롱생명과학이 17년간 개발해온 유전자치료제 ‘인보사’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 수출 역사를 새로 썼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에 5,000억원(4억4,000억달러) 규모로 퇴행성 관절염치료제 인보사를 기술 수출한 것이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누적 수출액 1조원 달성과 더불어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또 하나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바이오제약업계가 한미약품과 베링거잉겔하임 간의 기술수출 계약해지로 충격에 빠진 것이 사실인데 글로벌 시장에서 임상 실패에 의한 계약해지는 매우 흔한 일로 하나의 성장통으로 넘겨야 한다. 큰 성공 뒤에는 실패가 있기 마련이다.
최근 이처럼 바이오의약품에서 희소식이 자주 들리는 것은 글로벌 시장 동향과 관련이 있다. 전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국가·기업 간 치열한 경쟁을 유발할 정도로 다른 산업 시장보다 그 규모가 월등히 크다. 2014년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규모가 약 825억달러인 데 반해 바이오의약품은 두 배가 넘는 1,790억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시장이다.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대표적인 성장 산업으로도 꼽힌다. 저성장·저물가라는 ‘뉴노멀’ 시대에 국가와 기업은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주도권을 가지기 위한 모든 투자와 노력을 기꺼이 감수한다. 2015년 전 세계 인수·합병(M&A) 총 규모는 4조2,763억달러(4,873조원)로 그 중 제약·바이오 분야의 M&A는 총 5,165억달러(588조6,000억원)에 달한다. 좀 더 들여다보면 화이자·바이엘·노바티스·사노피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해 바이오 벤처의 M&A와 전략적 제휴를 감행하고 있으며 코오롱생명과학의 경우처럼 기업 간 기술도입도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적 M&A와 기술 도입, 연구 제휴를 통한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 강화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바이오의약품 업체들이 이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재육성과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는 길밖에 없다. 정부는 학계·연구소와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기술의 ‘랩투마켓(Lab to Market)’이 가속화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랩투마켓은 ‘실험실에서 시장으로’라는 뜻으로 기술 확보에서 사업화까지 유기적으로 선순환되는 것을 말한다. 대학·연구소에 대한 적절한 R&D 투자를 통해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바이오벤처·스타트업의 기술 사업화와 연계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런 선순환 시스템이 정착되면 많은 기업들이 파이프라인을 통해 기술을 수출할 수 있게 되고 M&A가 일어나고 바이오의약품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이 길고 어려워 보이나 신생기업 셀트리온이 해냈고 코오롱생명과학이 해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머지않아 바이오제약산업에서 최적의 ‘서핑 포인트(surfing point)’가 될 것이다.
주광수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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