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APEC 정상회의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 “북한의 5차 핵실험 등 한반도 안보 상황이 엄중함을 감안해 올해 APEC 정상회의에는 (박근혜) 대통령께서 참석하지 않기로 9월에 이미 결정한 바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핵 문제 등 안보 상황을 불참 이유로 내걸고 있지만,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파문이 정상외교에까지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북핵 문제의 주요 당사국이 한 자리에 모이는 APEC이야말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참을 강조할 좋은 기회인데, 안보 문제를 이유로 불참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순실 스캔들에 대한 주변국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불참은 대외 국가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다자 정상회의의 경우, 참석 계기에 여러 국가들과 양자회담을 하게 되는데 이런 기회를 놓치게 돼 정상외교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필리핀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당시 신임 캐나다 총리 및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함께 기업인들과의 토론에도 참여했다. 당시 박 대통령이 2025년 APEC 한국 유치를 제안해 성사되기도 했다.
APEC 정상회의가 불과 열흘 정도 남았는데도 박 대통령을 대신해 누가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지를 확정되지 못한 상황도 최순실 파문이 우리 외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준혁 대변인은 “현재 참석자에 대해서는 관련 상황을 지켜보면서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으며, 내주 초경에 발표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할 가능성이 높으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대참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 국정자문회의 의장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지난 7일 “ APEC은 총리가 가면 아무 역할이 없다. 지금 황교안 총리는 후임자를 지명해놨으니 물러날 총리라고 돼 있어서 그런 다자간 정상회의에 가면 아무런 존재 가치가 없어 외교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 실정”이라면서 “대통령이 직접 나가셔야 하는 정상회담이 앞으로 6개 이상 될 것인데, 그 회의를 다 그렇게 (하면) 어려운 국면을 맞을 것이다. (이는) 외교적으로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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