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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이 살 길이다]논문만 수두룩…'사업화' 처방전은 없나

<1>기업-병원-VC 따로 노는 한국 바이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는 새로운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이 하루에도 수십개씩 쏟아진다. ‘로봇으로 암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면역세포의 작용 원리를 규명했다’ 등 얼핏 보면 국내 바이오 산업이 금방이라도 선진국을 따라잡을 것만 같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정부 지원 연구개발(R&D) 사업에서 SCI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는 성과를 조사한 결과 헬스케어 분야는 1만1,503건(2014년 기준)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정보기술(IT) 4,685건, 나노기술(NT) 4,754건 등의 3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문제는 연구 성과가 치료제 개발 등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헬스케어 R&D의 사업화 사례는 2,443건으로 논문 게재 수 대비 21%에 그친다. 우주항공기술(ST) 20%, NT 21%와 함께 꼴찌 수준이다. 헬스케어 분야가 다른 산업에 비해 ‘기술 발견-연구-개발’이 따로 놀고 효율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증거다.

SCI학술지에 논문 성과

헬스케어분야 압도적 1위

사업화는 게재 대비 21% 뿐



전문가들은 핵심 원인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의 부재를 꼽는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대기업·벤처·학계·병원·투자가 등이 R&D 초기 단계부터 유기적으로 협업해 사업화 성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미국·유럽 등 헬스케어 선진국에선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구호 수준에 그친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바이오 의약품업체의 R&D 가운데 다른 기업이나 대학 등과 공동 연구가 이뤄지는 경우는 55%에 그친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국내 과학자나 교수는 아직도 속된 말로 ‘독고다이(특공대라는 뜻의 일본어)’ 기질이 강해서 ‘내 연구만 잘하면 되지 협업이 왜 필요한가’라는 식이고 사업화로 연결하겠다는 의식도 약하다”며 “학교·병원에서도 교수가 기업과 함께 일하거나 창업을 하는 데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고 말했다.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도 “바이오 벤처나 대학 교수에게 기술의 상업화와 시장 성공 노하우를 조언해주려고 하면 기술 유출 염려 때문인지 자존심 때문인지 아예 들으려 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정부도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일례로 정부는 오픈 이노베이션 극대화를 위해 전국 각지에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들었지만 대부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오송·대구 바이오클러스터는 대학·병원·VC 등은 없이 기업들만 입주해 있어 시너지를 내지 못한 채 일반적인 ‘산업단지’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보스턴, 샌디에이고 클러스터, 싱가포르의 바이오폴리스 등 선진국은 대학·연구소·기업체 간의 활발한 네트워크를 통해 이른바 ‘랩투마켓(Lab to Market·연구실에서 시장으로라는 뜻)’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업·벤처·학계 등 협업

오픈 이노베이션 부재

“혼자 연구” 과학자도 문제

“네트워킹 모델 시급” 지적



이 때문에 정부가 R&D 단계부터 대학-병원-기업 간 협력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화 촉진 관련 예산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1년 ‘전체 R&D 예산의 3% 이상을 컨설팅 등을 통한 사업화 촉진 부문에 투입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여전히 1~2%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보영 보건산업진흥원 산업진흥본부장은 “새로 조성하는 서울 홍릉 클러스터는 기업·병원은 물론 VC·컨설턴트·임상시험수탁업체(CRO) 등이 한데 모여 네트워킹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술 사업화 예산을 최소 3% 이상 확대하는 것도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도 ‘연구를 위한 연구’만 할 게 아니라 기술 이전, 의약품 개발 등을 위한 기술 사업화 전담 부서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대형 제약사와 대형 병원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주도한다”며 “우리도 한미약품 등 제약사와 대형 대학병원들이 활발한 교류 협력은 물론 바이오벤처 인큐베이팅까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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