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삼성그룹 신규 임원을 공략하기 위해 이달 출시를 앞둔 ‘신형 그랜저’의 ‘삼성 에디션’을 선보인다. 일반 고객에게는 판매하지 않는 신규 트림을 삼성 임원들 입맛에 맞게 신설하는 셈이다. 기아자동차는 이에 맞서 이달 말 ‘신형 K7 하이브리드’를 내놓는다.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가는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해야 하는 LG그룹 임원이 주요 고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삼성그룹과 전용 트림 신설을 위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일반적으로 삼성그룹 신규 임원 가운데 상무급은 3.0 모델 이하, 4,000만원 이하 차량을 선택해야 한다. 이에 현대차는 4,000만원에 맞춰 최고급 트림에 들어가는 일부 옵션을 장착한 ‘삼성 에디션’을 신설, 주문 생산에 들어간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미 신형 그랜저 사전계약이 2만대가 넘어선 상황에서 임원용 차량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출고 시점을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삼성 측 수요조사를 통해 그랜저에 들어갈 옵션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삼성 임원을 대상으로 제작되는 차에는 고급 사양인 나파 가죽 시트나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이 장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차가 삼성 임원을 공략하는 것은 ‘상징성’ 때문이다. 삼성 임원들이 선택한 차량은 다른 주요 기업은 물론 일반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기아차가 출시되지 않은 신형 K7을 이례적으로 삼성 본사 지하 주차장에 전시해놓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결과 201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임 상무로 승진한 197명과 차량을 교체하는 기존 상무 23명 등 220명 가운데 106명이 신형 K7을 택했다. 현대차 그랜저를 선택한 임원은 79명이었다.
그랜저의 파상 공세에 기아차는 신형 K7 하이브리드로 맞불을 놓는다. 이달 말 출시를 앞둔 K7 하이브리드의 공략 대상은 LG그룹이다.
LG그룹은 임원들에게 LG화학 배터리가 장착된 하이브리드차량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LG그룹 상무급 임원 중 상당수가 현대·기아차의 준대형 하이브리드차를 타고 있다. 기아차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신형 K7 하이브리드로 LG 신규 임원을 노린다. 기아차 관계자는 “LG그룹 임원 수가 삼성에 비해 절반 수준이지만 하이브리드차량을 선택해야 하는 만큼 LG 쪽에서 신형 K7 하이브리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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