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해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 등 핵심 자산을 줄줄이 팔아 온 두산은 이번 두산밥캣 상장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일단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요예측 실패와 일반 청약 미달 등 악재가 겹치면서 두산밥캣 상장 효과도 반감됐다.
시장에서는 두산밥캣 상장 규모가 크게 쪼그라들면서 두산이 당초 예상했던 현금 확보 목표에 크게 미달한 만큼,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10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상반기 기준 순차입금은 1조원 규모로, 이 가운데 단기성 차입금 비중이 50%를 넘는다. 순차입금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두산인프라코어가 가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내년 상반기까지 9,2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이 가운데 3,900억원어치의 회사채에 대해서는 만기가 연장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5,350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 상장을 통해 당초 최대 1조6,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해 두산인프라코어 등 계열사의 차입금 축소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이익 규모에 비해 막대한 차입금으로 인한 금융비용 지출이 재무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밥캣 공모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크게 줄어들면서 두산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두산은 두산밥캣 공모가를 당초 4만1,000~5만원에서 주당 3만원으로 낮춰 잡고 공모 물량도 40% 가까이 줄였다. 이 때문에 그룹 전체적으로 실제 유입되는 현금도 4,000억원 수준으로 확 줄었다. 이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에 들어오는 자금은 3,300억원 수준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들이 이익 규모에 비해 차입금 규모가 여전히 커 두산밥캣 상장이 마무리되더라도 그룹 차원의 재무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두산이 두산밥캣 상장을 끝으로 사실상 큰 틀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현금 유입 규모가 예상에 못 미친 만큼 추가적인 재무 건전성 개선 노력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두산밥캣 공모 규모를 줄이면서 잔여 지분이 그만큼 늘었다”면서 “이는 두산밥캣 상장 후 두산인프라코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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