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인류 최초의 텔레비전이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컴퓨터를 활용한 각종 기기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전, 어두운 밤 인류가 하염없이 바라보며 꿈을 키우고 상상력을 펼쳐가던 곳은 바로 달이었다. 나무를 깎아 만든 토끼는 TV에 비춘 달을 한없이 응시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달에 토끼가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달 속의 토끼를 상상하곤 한다. 68년 만이라는 슈퍼문에 들뜨는 이유도 그 때문 아닐까. 과학적 사실과 시적 상상력을 견주며 어느 것이 옳고 낫다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과학기술이 만든 텔레비전이지만 그 속을 채우는 알맹이는 우리의 상상력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문화로 세상을 바꾸다’에서 만날 수 있다. 백남준의 이 작품 뒤로 간송 전형필의 수집품인 오원 장승업의 ‘오동폐월’이 걸렸다. 겨울을 앞둔 이맘때, 올해의 마지막 꽃일지 모를 국화가 보름달 빛을 머금어 한층 노랗게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예나 지금이나 달은 한결같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이 달라졌을 뿐이다. 전시는 내년 2월5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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