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식품회사.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식품회사에서의 경험을 살려 삼성전자에서 더 큰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1일 경기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위치한 생활가전사업부 식문화연구소에서 만난 정진호 책임과 조인영 책임은 삼성 직화오븐에서 조리한 감자튀김, 치킨 너깃 등을 꺼내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삼성 직화오븐은 찜부터 튀김까지 160개가 넘는 요리를 자동으로 조리할 수 있어 누구나 쉽게 맛있는 요리를 완성할 수 있는 제품이다.
두 사람은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식문화연구소 소속으로 조리기기의 기본 성능을 검증하는 업무를 주로 하며 요리 도중 발생하는 각종 변수를 고려해 최상의 요리가 나올 수 있도록 조리법을 일반화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국가별 직화오븐의 특화 기능을 넣고 빼는 일, 소비자 평가 기관이 정한 기준에 조리기기를 적합하게 만드는 일을 맡고 있다.
조 책임은 국내 전통주 업체에서 전통 조리 관련 업무와 음식과 술의 ‘마리아주’에 대한 연구를 담당해왔는데 이 같은 경험을 살려 국내용 셰프컬렉션 빌트인 오븐 자동조리 코스에 한국 전통요리를 넣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맥적·두부선 등의 전통음식을 자동조리 코스에 추가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었다.
정 책임의 경우 삼성전자에 오기 전 국내 식품회사에서 육포 등의 제품 연구를 한 경험이 있다. 그는 “전 회사에서는 한 가지 단일품목만 다뤄 세계의 다양한 메뉴를 접하기 어려웠지만 해외에 수출하는 제품이 많은 삼성전자에서는 국가별 특화 기능도 고민해야 하고 브라질에서 열리는 가전박람회에도 참석하는 등 시야가 넓어졌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오븐 등 조리기기는 해외에서 소비자들이 좀 더 쉽고 편하게 사용하도록 한 기능들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오븐에 탑재한 ‘이지쿡’ 기능은 저울이 없는 소비자들의 편리성을 높여 미국에서 주로 먹는 너깃, 냉동 피자, 냉동감자 등의 무게는 설정하지 않고 온도와 모드만 설정해 소비자가 원할 때 오븐에서 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유럽에 선보인 ‘트윈오븐’의 경우 오븐 공간을 위아래로 나눠 각각 다른 요리를 조리해도 냄새가 섞이지 않아 만족도가 높았다.
정 책임은 소비자 반응을 살필 수 있는 쿠킹 클래스에도 자주 참석한다. 그는 얼마 전 한 쿠킹 클래스에서 “지금껏 여러 오븐 제품을 써봤는데 직화오븐에서 구운 닭이 익힘 정도나 맛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다”는 평을 듣고 보람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두 사람의 궁극적 목표는 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서 조리기기에 넣었을 때 셰프가 한 것처럼 나오게 하는 것이다. 정 책임은 “언젠가 셰프 없이 삼성 조리기기로만 멋진 요리를 만들어내는 패스트파인레스토랑이 생기지 않을까 상상해본다”며 “더 빠르게 맛있는 음식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원=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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