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 구조조정, 자영업자 포화 등 3중고에 식당 경기가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일반 음식점업의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85.2로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부도 위험이 불거졌던 2011년 9월(83.9%) 이후 가장 낮았다.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매출액 등 서비스업의 생산활동을 지수화한 것이다. 2010년 100을 기준으로 하며 85.2라는 것은 2010년보다 업황이 15%가량 나빠졌다는 의미다. 일반 음식점업은 한식·중식·일식집·뷔페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당이다.
음식점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2010년 12월 115.9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이후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지난해 12월 106을 기록했지만 올 들어 단 한 번도 100을 넘지 못한 채 대부분 90대에 머물렀고 급기야 9월에는 80대로 내렸다.
이는 경기 부진이 장기화해 외식 수요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는데 식당 공급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진입문턱이 낮은 식당 창업에 나서고 있고 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까지 식당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 10월 현재 자영업자는 569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2만4,000명 불었다. 2012년 7월(19만6,000명 증가)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많은 한국의 자영업자는 몇 년 사이 꾸준히 줄었지만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최근 3개월 연속 증가했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식당을 찾는 손님이 줄어 음식점업 자체가 전반적으로 좋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음식점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다른 서비스업에 비해 특히 경기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체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9월 115.7로 2010년에 비해 16%가량 업황이 나아졌다. 지난해에 비해서도 2.8% 증가했다. 그러나 음식점업은 3.8% 뒷걸음질쳤다.
문제는 앞으로다. 9월 일반 음식점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청탁금지법(9월28일 시행) 시행 전 수치다. 청탁금지법 시행 직전 식당업이 마지막 호황을 누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표는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 본격적으로 시행된 10월 이후부터는 음식점 서비스업 생산지수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음식점업은 한국 경제 공급 사슬의 최전방에 있다”며 “조선·철강업 구조조정으로 공장이 문을 닫으면 공장 주변에 있던 음식점들도 함께 문을 닫아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청탁금지법 영향으로 적용 대상이 아닌 사람들도 식사 자리를 줄이고 있어 식당업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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