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NI) 국장을 지명함에 따라 그의 초강경적 성향이 미 새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에도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의 핵심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꼽히는 플린 내정자는 북한의 체제 존속의 문제까지 거론할 정도로 대북 강경파이며 한국과 일본이 각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주둔비용 부담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트럼프 당선인은 물론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도 외교·안보에 대한 지식이 약해 플린이 역대 최강의 국가안보보좌관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플린 내정자의 그간 발언에 비춰볼 때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등 우리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동맹에 대해 처음으로 ‘핵심(vital)’ 동맹이라고 표현하면서 동맹 기조를 계속 강화해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보였다.
특히 북핵 문제에 대해 플린 내정자는 우선순위로 다뤄나갈 것이며 한미 간 긴밀한 협의하에 진행해 나가겠다는 뜻을 우리 대표단에 전했다. 그는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켜졌으며 북한이 핵보유국을 주장하는 현 상황에서는 북한과 대화하기 어렵다는 데 우리 측과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플린 내정자는 지난달 1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해 “현 체제를 오래 존속시켜서는 안 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경제적 거래를 할 생각은 없다”며 초강경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대해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앞서 트럼프가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회담을 하겠다고 밝혀 그의 대북정책이 어느 정도의 순위에 있는지 문제가 됐는데 플린 내정자가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룬다고 밝힌 만큼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남 교수는 “플린은 기본적으로 공화당 매파인데다 국내 경제 상황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트럼프의 성향을 봤을 때 돈이 되지 않는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그동안 주장했듯이 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을 제재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미 새 행정부가 한국 측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플린 내정자는 앞서 “일본과 한국은 전화(戰禍)에 휩싸였던 70년 전과 동일한 경제상황이 아니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고 강조해 방위비 분담금 재검토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조태용 차장과의 면담에서는 플린 내정자가 방위비 분담금 문제나 주한미군 감축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측 인사들은 방위비 분담 문제를 중요시하고 있지만 한국이나 일본보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를 대상으로 강조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남성욱 교수는 “주한미군 주둔이 미국의 국익에도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 측에서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해올 가능성을 염두에 둔 협상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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