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우리가 살 길은 철강·해운·조선업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서비스업 규제 완화를 통한 내수 확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현정택(사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21일 세종청사에서 간담회를 갖고 “세계 무역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철강, 해운, 조선업 등의 수요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면 우리 경제(성장)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960년부터 2009년까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불었다. 글로벌 분업화로 무역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여파다. 하지만 분업화가 한계에 직면해 무역 비중은 금융위기 이후 줄고 있다. 현 원장은 “무역이 줄면서 해운이 과잉공급되고 있고 이는 조선업 과잉으로 연결된다”며 “구조조정을 반드시 해야 세계적 파고를 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몇 년 뒤 무역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 믿고 구조조정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현 원장은 “수출 위주 제조업으로 성장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전통 도소매업이나 식당이 아닌, 지식경제 서비스업의 발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GDP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9.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0.8%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낮고 서비스의 제조업 대비 생산성도 45.1%로 OECD 평균(90.4%)에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제가 강하기로 유명한) 일본보다도 서비스부문 규제가 많이 남아 있는데,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이상 수출로 성장하기 힘든 시기가 왔으므로 서비스업 육성을 통한 내수로 성장전략을 짜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현 원장은 우리의 강점인 무역부문도 계속 살려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악화되는 무역 환경에 조그만 숨통이라도 틔우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일·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중심이 돼 FTA 확장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미국이 TPP에서 빠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TPP 가입을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이 펼칠 통상정책에 대해서는 “중국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이 1차 타깃이 되겠지만 우리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외환시장이 중국과 달리 시장에 의해 움직이고 한미FTA가 미국의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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