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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경제 컨트롤타워 不在 언제까지

이학인 경제정책부장

'고장난 차' 내우외환 한국 경제

운전대엔 柳·任 어정쩡한 동거

野 3당도 경제문제 큰 책임

새 내정자 청문회 서둘러야





지난 2010년 12월. 국제금융계의 거물인 윌리엄 로즈 전 시티은행 고문을 만났다. 그는 1990년대 말 한국이 외환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월가와 다리를 놓는 역할을 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막후에서 지원한 월가의 대표적 친한파 인사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그의 사무실 벽면에는 화려한 그의 경력을 말해주듯 김대중·이명박 대통령 등 한국의 유력인사들과 찍은 사진액자들이 여러 개 걸려 있었다. 한국이 경제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무엇으로 보느냐고 질문하자 “(한국은) 무엇이든 할 때는 확실하게 밀고 나가고, 체계적으로 일을 풀어나간다. 금융위기 과정에서도 어느 국가보다 잘 이끌어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 현대사에서 박정희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 모든 정권이 독재와 부패·실정으로 국민들의 비판과 지탄의 대상이 됐지만, 그래도 국가적 위기를 맞으면 문제의 핵심을 찾아 신속하게 고쳐나가는 리더십과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 가까운 예로 외환위기 수습과정에서는 이규성 재정경제부 장관, 진념 기획예산위원장, 이헌재 금감위원장의 팀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는 “경제 문제만큼은 제가 책임지겠다. 모든 국민은 확신을 갖고 경제활동에 전념해주기를 바란다”면서 국민과 시장의 동요를 잠재웠던 이헌재 전 부총리라는 경제 구원투수의 역할이 컸다.

현재 시국은 미국의 워터게이트 스캔들보다 더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요동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12월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최순실 특검, 국정조사 등이 이어진다. 야당의 구상대로 다음달 2일 또는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처리되면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되고 현재 상태로라면 황교안 국무총리 대행체제가 출범하게 된다. 야당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황 총리가 국가 혼란을 수습하고 위기를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도 심각하다.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맞물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뇌관이 됐다. 수출도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는 불확실성에다 게이트로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고, 국회 증언대에 서야 하는 까닭에 대기업들은 잔뜩 웅크린 채 내년 사업계획조차 짜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를 띄우고 재정지출을 늘려 봤지만 올해 성장률 역시 2%대에 머무를 것이 확실하고, 내년에는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기존의 주력산업을 대체해 고용과 성장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엔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이근 서울대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한국 경제는 시스템이 고장 난 자동차다.

이 자동차는 언제 멈출지 모른 채 덜컹거리면서 가고 있다. 운전자도 반쯤 손을 놓은 상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어정쩡한 동거가 기약 없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부총리가 부재하고 있다는 비판에 유 경제부총리는 최근 5주 만에 간부회의를 소집하고서는 공무원들이 나라가 위태로울 때 목숨을 바친다는 의미의 ‘견위수명(見危授命)’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장한 말이지만 나갈 날을 잡지 못한 채 엉거주춤하고 있는 부총리의 입에서 나온 탓에 얼마나 힘이 실릴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에다 미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대외여건마저 더 나빠지게 되면 한국 경제에 쓰나미가 들이닥칠 수 있다. 국회도 경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엇보다 먼저 확실하게 운전대를 잡고 차를 끌고 갈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한다. 25일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임종룡 경제 부총리 후보자의 청문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냈지만 이날 열린 야 3당 원내대표 회의에서는 다시 탄핵안 처리 이후에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미적거리는 사이 한국경제의 속병은 갈수록 깊어진다. /이학인 경제정책부장leej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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