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는 양날의 검과 같은 투자상품이다. 다양한 수익구조의 상품 설계와 조기상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손실구간에 접어들었을 경우 원금의 80~90%까지도 날릴 수 있다. 특히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을 경우 대외변수에 취약하다. 지난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의 폭락 사태로 상당수 ELS 상품이 원금손실 가능구간(녹인)에 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유로스톡스(Eurostoxx)50지수의 변동성이 높아지자 ELS에 대한 경계 심리는 더욱 확산했다. 금융당국도 해외 지수의 폭락 사태를 계기로 ELS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업계는 ELS에 추가 안전장치를 장착한 리자드(Lizard·도마뱀)형 ELS를 대안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도마뱀이 궁지에 몰리면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것처럼 투자자가 ELS 손실 위험에 처할 때 일부 수익금을 포기하고 원금이라도 챙길 수 있도록 설계하며 이 같은 명칭이 붙었다.
일반적인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지수가 만기 3년 동안 가입 시점보다 80%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6% 안팎의 수익금을 제공한다. 대신 주가지수가 80% 밑으로 빠지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다. 반면 최근 증권사들이 발행한 리자드형 ELS는 가입 뒤 1년 동안 기초자산 주가지수가 60%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3% 안팎의 수익금을 준다. 안정성은 높이되 수익금은 적게 가져가는 구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리자드형 ELS 발행 잔액은 1조4,000억원 안팎(18일 기준)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리자드형 ELS 판매에 앞장선 곳은 발행잔액이 6,940억원 수준인 신한금융투자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5월 처음 리자드형 ELS를 내놓은 뒤 꾸준히 판매에 나서 10월 말 기준으로 총 5,718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신한금융투자 전체 ELS 판매 비중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투자 후 1년이 지난 뒤 기초자산인 주가지수가 가입 시점 대비 65% 미만으로 하락한 적이 없으면 원금과 연 4%의 수익금을 돌려준다. 최영식 신한금융투자 OTC부장은 “리자드형 ELS는 기초자산 주가지수의 추가 하락 전에 조기상환을 통해 손실 가능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리자드형 ELS 상품을 ‘세이프티 가드(안전 지지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NH투자증권의 안정구조 ELS 상품의 발행잔액은 5,300억원에 달한다. 세이프티 가드 ELS는 발행 후 1년이 지난 뒤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기초자산 주가지수가 원금손실 가능구간에만 접어들지 않는다면 원금과 함께 3%의 수익금을 준다.
하나금융투자는 ‘스피디 엑시트’라는 이름으로 안정구조 ELS를 선보였다. 기초자산의 가격이 최초 가입 때보다 60% 미만으로 하락하지 않았다면 1년째 되는 날 연 7%의 수익을 지급하고 청산된다. 기존 출시된 리자드형 ELS 중에서는 가입 1년 뒤 시점을 기준으로 제시된 연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편이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지난 4월 연 7%의 수익률을 제시한 리자드형 ELS 상품을 처음 판매한 뒤 꾸준히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리자드형 ELS의 원금손실 가능성이 일반 ELS보다 절반 이상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자체 테스트 결과 원금손실 가능성이 50%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예금금리보다 2배 이상의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원금손실 가능성까지 낮춘 리자드형 ELS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상품 구조가 조금 더 복잡해지더라도 안정성을 강화하고 제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상품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리자드형 ELS도 만기일(보통 3년)까지 상환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는 다른 ELS 상품처럼 원금손실 발생 위험이 크다는 점은 똑같다. 또한 1년 뒤 조기상환 조건이 더해지는 대신 최종 수익률은 일반 ELS와 비교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유의해야 하는 대목이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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