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소 혼란스럽다. 미국 다우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신흥국 통화는 약세로 전환했고 국내 주식시장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큰 그림에서 보면 트럼프 취임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어떤 변화와 흐름을 예상할 수 있을까. 우선 미국 장단기금리가 동반 상승(채권가격 하락)과 달러강세의 지속 가능성이다. 즉 지금 진행되고 있는 달러강세 현상은 미국 경기회복과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금리 상승으로 반영된 결과이다. 장기금리는 트럼프 당선자의 대규모 감세와 재정적자 확대 그리고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경기회복 기대를 선반영하고 단기금리는 12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며 상승하고 있다.
공화당의 정책은 ‘개인주의’ ‘자유기업’ ‘작은 정부’라는 3대 미국의 건국이념을 실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정부 역시 큰 틀에서 공화당의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감세를 통해서 작은 정부와 자유기업을 정착하고 경기부양을 추진할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민주당 집권 8년 동안 소위 ‘큰 정부와 복지확대’를 위해서 법인세율이 상승하여 무려 38.9%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법인세율을 15% 수준으로 주요 국가 중 가장 낮게 낮추겠다는 것이다. 2003년 조시W부시 대통령(공화당) 재임 당시처럼 세금을 인하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기업의 투자 관련 지표들이 개선된다.
여태껏 침체돼 있던 미국 기업 투자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낮은 세율의 혜택으로 외국에 나갔던 기업들도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거기에 민주당 8년 동안 강화됐던 금융규제(도드 프랭크법 폐지)를 완화하는 것 역시 미국 경기회복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중국도 내년에 시진핑 정부의 지도부 교체가 있는 해이다. 시진핑 2기 지도부의 확정으로 역시 강력한 리더쉽을 바탕으로 인프라 투자 등 통화보다는 재정을 통한 경기 활성화 정책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에서 투자로 경기의 중심 축이 일정 정도는 이전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눌렀던 디플레이션의 공포가 점차 완화될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구리, 철강, 석탄 등과 같이 경기에 민감한 상품가격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과 이러한 상품들을 운송하는 운임지수인 벌크선운임지수(BDI)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 시 디플레 탈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에는 디플레 탈피 이후 나타날 수 있는 기대인플레 개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2004년과 같이 기대인플레에 개선되는 국면에서 나타난 특징 중 하나가 글로벌 채권에서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했다는 점이다. 당장은 트럼프 정부 출범에 대한 불확실성이 신흥국 주식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 1월 실제 취임 이후에는 막연한 불안감이 기대감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동 트기 전 가장 어두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내년 주식시장을 생각하는 투자자들이라면 연말·연초에 주식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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