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재계의 카멜레온’으로 통한다. 절묘한 인수합병(M&A)으로 그룹 주력사업을 바꾸고 이를 통해 위기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중공업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한 것도 M&A를 통해서였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지난 2014년 두산의 미국 연료전지 전문기업 클리어에지파워(CEP) 인수는 또 다른 변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도 성남시 전체 소비전력의 85%를 담당하는 한국남동발전 분당열병합발전소 한쪽에서는 얼핏 보면 대형 컨테이너박스를 가지런히 정리해놓은 듯한 3층짜리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달 31일 준공한 세계 첫 복층형 연료전지발전소다. 전기실이 있는 1층을 제외한 2~3층에는 총 13대의 연료전지(전력모듈)가 배치돼 있고 옥상 격인 4층에는 냉각모듈이 모여 있다. 분당화력발전소 내에는 현재까지 1~3단계 연료전지발전소가 구축돼 있는데 2013년과 지난달 각각 준공된 2단계와 3단계에는 미국 CEP를 인수한 두산의 연료전지가 쓰였다. 두산 관계자는 “2~3단계에서만도 2만8,000여세대(가구당 월 240㎾ 사용 가정)가 사용할 수 있는 8.8MW의 전력이 생산된다”고 소개했다.
두산 연료전지의 최대 강점은 일견 컨테이너박스처럼 ‘모듈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연료전지는 크게 물과 액화천연가스(LNG)를 반응시켜 수소를 발생시키는 개질기와 이 개질기에서 생성된 수소를 전력으로 전환하는 스택(stack), 생산된 전력을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류로 바꿔주는 전력변환기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연료전지는 이 세 가지 핵심장치가 별도로 구분돼 있지만 두산 연료전지는 이들 장치가 길이·너비·높이가 각각 8.74m, 2.54m, 3.02m 크기의 ‘전력모듈’에 다 들어가 있다.
복층형 발전소가 가능한 것도 기본적으로 연료전지가 모듈화됐기 때문이다. 오는 2023년 약 4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전 세계 주택·건설·발전용연료전지 시장에서 두산이 메이저 플레이어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도 이러한 ‘모듈화’ 때문이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 연료전지는 핵심장치가 한데 집약돼 도심 속 초고층빌딩에서 전력을 친환경적으로 자체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분당=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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