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살균제 사건 이후 유해물질이 포함된 치약이 유통되는 논란이 발생하는 등 사전에 방지는 못하고 사태가 커진 후 수습책을 내놓은 ‘뒷북 대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29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생활화학제품 안전 관리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살생 화학물질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 258명(113명 사망)의 인명 피해가 난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부처들은 합동으로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유럽연합(EU)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생활화학제품 안전 관리 제도를 조사하고 분석해 이번 대책에 반영했다.
이는 그간 국내 유통 중인 제품에 대한 함유물질 파악이 미흡해 안전과 표시기준을 위반한 제품이 시장에 유통되어온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EU 기준으로 1,300여종에 달하는 고위험물질도 국내에는 72종만 지정되어 있어 안전관리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정부는 내년 6월까지 국내에 유통되는 위해 우려 제품을 내년 6월까지 전수 조사하고 7월 위해성 평가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다. 올해 12월까지 방향제와 탈취제, 세정제, 코팅제, 접착제 등 스프레이형 위해우려제품, 습기제거제와 워셔액, 부동액 등 공산품과 전기용품을 조사한다. 내년 6월까지는 화학물질 유출 우려제품을 조사해 공개할 예정이다.
또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재발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2019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살생물질 관리법(가칭)’을 제정하기로 했다. 법에 따라 신규 출시되는 살생물질이 포함된 제품은 정부가 평가 후 승인해야 유통할 수 있다. 기존에 유통 중인 제품은 정부에 신고 후 승인유예기간(최대 10년)을 부여받아야 한다. 정부는 승인된 살생물질과 이를 사용 가능한 제품 종류 등을 목록으로 작성해 공개할 방침이다. 또 앞으로 업체들이 ‘무독성’, ‘친환경’ 등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광고 문구를 사용할 수 없게 할 예정이다.
고위험물질도 72종에서 EU 수준인 1,300여종으로 확대한다. 고위험물질 함유 제품을 유통하는 제조·수입업자는 제품에 포함된 성분과 함량을 앞으로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위해가 우려되는 화학물질(연 1톤 미만)은 제조와 수입량과 관계없이 위해성 정보를 정부에 등록해야 한다. 연 1통 이상 들여오는 기존화학물질 7,000여톤도 등록기한을 설정해 유통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위해물질 위반 사업자에 물리는 과태료(1차 300만원·2차 400만원·3차 500만원)가 너무 낮다는 점을 감안해 과태료를 올리고 과징금도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 부처 간 관리체계도 정비된다. 인체에 직접 적용되는 의약품과 화장품·식품안전 분야는 식약처, 살생물질 유출 가능성이 높은 제품은 환경부, 기저귀와 부동액(공산품), 이온발생기 등 공산품은 산업부가 관리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대책’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부처간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는 등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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