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권이 있는 SM그룹이 단독으로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인수하지 않고 현대상선과의 공동 인수를 제안한 것은 인수가격에 대한 부담과 함께 현대상선을 통해 터미널을 이용하는 컨테이너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SM그룹과의 지분 공동 인수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이어서 SM그룹의 제안대로 지분 매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해양수산부에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를 50대50 비율로 인수하는 방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SM그룹은 한진해운 미주·아시아 노선 관련 자산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서 선택매각자산인 롱비치터미널에 대해서도 우선협상권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6,000억원이 넘는 부채와 연간 1,000억원에 이르는 운영비용 등 홀로 롱비치터미널 지분 54%를 인수하기에는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SM그룹은 이제 막 컨테이너선 사업에 진출하는 신생 업체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터미널 운영수익을 안겨다 줄 컨테이너 물량도 조기에 확보하기가 어렵다. 해운 업계의 한 관계자는 “SM그룹이 자금 측면에서나 인수 후 운영 측면에서나 단독으로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인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M그룹이 공동 인수를 정부에 제안했지만 정작 현대상선은 ‘공동으로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현대상선 고위관계자는 “공동 인수 검토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SM그룹은 현대상선과 지분을 공동으로 인수하면 터미널 운영의 효율성을 일정 부분 보장받을 수 있지만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컨테이너 운송 업계에서 ‘뉴페이스’인 SM그룹과 손을 잡아봤자 시너지가 날 게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상선은 법원과 매각 주관사 측에 비공개 가격 제안서를 제출했다. 법원과 롱비치터미널 2대 주주(지분율 46%)인 스위스 MSC, SM그룹 간의 협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예측할 수 없으니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이라는 게 현대상선의 설명이다. 법원은 MSC 등과의 사전 조율을 거쳐 비공개 입찰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비공개 입찰을 통해 받은 ‘적정 가격’을 우선협상대상자인 SM그룹 측에 제시하고 SM그룹이 제시된 가격을 수용하겠다고 한다면 롱비치터미널 지분은 SM그룹에 넘어간다. 그렇지 않을 경우 롱비치터미널 지분의 주인은 현대상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매각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법원과 주관사 입장에서는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매각 무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비공개 입찰을 받은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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