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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인사철을 앞둔 한국타이어는 어느 회사보다 어수선하다. 이미 통보를 받은 임원들은 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올 한해 한국타이어는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현대자동차와의 품질 갈등, 제2 거래처인 폭스바겐의 침몰 등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겹쳤다.
한국타이어 경영을 맡고 있는 조현식·조현범 형제의 '책임론'이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재계 어느 곳보다 전면에서 회사를 이끌어 왔다.
한국타이어는 심지어 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지난 7월 말 한국타이어를 이끄는 두 형제 조현식·조현범 사장의 역할을 바꿨다. 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어를 맡아 온 조현식 사장은 동생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있던 한국타이어 마케팅본부장에, 조현범 사장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경영기획본부장 자리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올 3·4분기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2.4% 줄어든 2,417억원을 기록했다.
유럽 고급 타이어 브랜드와 중국산 저가 타이어 중간에 끼어 판매가를 낮추다 보니 이익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타이어의 최대 약점인 물류망 확대를 위해 검토했던 대우로지스틱스와 동부익스프레스 인수합병(M&A) 작업조차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타이어는 이달 중순 단행할 연말인사에서 큰 폭의 세대교체를 진행한다. 특히 박철구 한국지역본부장(부사장)을 교체하는 것이 눈에 띈다. 박 부사장은 한국타이어 마케팅본부장과 한국지역본부장을 겸임하던 조현식 사장의 역할 일부를 맡아 국내 타이어 부문을 이끌어왔다. 5년 이상 재작한데 다른 자연스러운 교체로 해석될 수 있지만, 문책성이 담겨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아직 공표되진 않았지만 박철구 부사장 후임에 현재 품질부문장을 맡고 있는 문동환 전무가 내정됐다"며 "지난 3월 품질 논란으로 제네시스 공급이 취소된 후 품질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돼 이를 반영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너의 잘못을 전문경영인이 떠안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파문도 큰 타격이다. 폭스바겐이 자사 최고급 세단인 '신형 페이톤' 개발을 전격 취소하면서 한국타이어가 진행하던 신차용타이어(OE) 개발도 중단됐다. 중국과 유럽 등에서는 아직도 폭스바겐 판매량이 줄고 있어 전체 OE 가운데 30%를 폭스바겐과 거래하는 한국타이어는 힘들 수밖에 없다.
경북 상주에 2,500억원을 투입해 주행시험장을 짓겠다던 계획도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되며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박재원기자 wonderf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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